[face] T-50·원전 수출 뒤엔 나과장이 있었다

12일 한국이 인도네시아의 고등훈련기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되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들은 한 공무원을 입에 올렸다. 지식경제부에서 T-50 수출을 담당한 나기용(52·부이사관) 기계항공시스템과장이다. KAI 관계자들은 그를 '행운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KAI의 한 간부는 "나 과장이 부임하자 KAI 내에서 '좋은 조짐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셈"이라고 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나 과장은 2008년 3월부터 2년간 원전(原電) 수출 담당인 원자력산업과장을 맡았고, 당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을 성사시켰다. 나 과장은 원전에 이어 고등훈련기 수출에까지 참여한 '억세게 운 좋은 공무원'인 셈이다.

나 과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원자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원자력 전문가다. 나 과장은 "고등학교(군산고교) 땐 원자폭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했다"고 했다. 한국중공업에서 원전 업무를 하다 1992년 지경부에 특채돼 원자력 업무를 담당해왔다. 나 과장은 "내가 기여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주무 공무원이 한 일이 없다면 오히려 문제 아니냐'고 하자, 그제야 나 과장은 "머슴 역할을 한 정도"라고 했다.

나 과장은 부임 직후부터 KAI 수출팀과 인도네시아에 파견된 지경부 상무관으로부터 입수한 인도네시아측 관심 사안을 파악해 실무 차원의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산업 협력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나 과장은 "인도네시아가 섬유 기계 교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 우리 섬유 기계업체를 섭외해 연결해주고, 조선 관련 공동연구에 관심이 있으면 우리측 연구소를 연결해주는 등 해줄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지원했다"고 했다. 최중경 장관이 지난 1월 취임한 뒤 그에게 한 첫 '지시'도 'T-50 수출은 무조건 성사시키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나 과장은 원전 수주 때의 일을 묻자 "그때는 성취욕 하나로 버텼다"고 했다. 그는 2009년 UAE 원전 수주 문제로 6개월 동안 토·일요일에도 매일 출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했다고 한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그해 말에는 원전 수주 확정을 앞두고 몇몇 부하 직원들이 과로로 쓰러졌을 만큼 격무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원전 수주 직후인 작년 2월 기계·항공·방위산업 분야를 담당하는 지금 자리로 옮기자, 일부 야당 의원은 국회에서 '특채 공무원이라 홀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 과장은 "원전 수출 과정을 보면서 이제는 공무원도 비즈니스맨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다른 분야에 도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