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韓商 '경제 한류' 주인공들] 미국인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을 일구다

한센병 환자촌(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목회자의 아들이 미국 파킹(주차 복합빌딩) 디자인의 혁명가로 우뚝 섰다.

미국 파킹 개발·컨설팅업체인 팀 하스(티머시 하스&어소시에츠)의 창업자 하형록(54·미국명 티머시 하스) 대표. 펜실베이니아주 블루벨에 있는 팀 하스 본사 1층 복도에는 상들로 가득했다. '국제 파킹 최우수상' '부동산·건설 분야 언스트&영 기업가상' '전국 구조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6위' '건축·엔지니어링·설계·환경 컨설팅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200대 기업'. 미국 언론은 그를 '파킹에 스타일을 부여한 사람' '파킹 설계의 혁명가'로 부른다.

대표작은 펜실베이니아대 앞의 해밀턴 스퀘어. 필라델피아 도심의 우범지대로 살인사건이 일어나던 곳이다. 대학은 이곳 개발을 동문인 하 대표에게 맡겼다. 그는 식료품점, 시네마 콤플렉스, 술집과 리테일 스토어를 배치한 뒤 800대 규모의 주차장을 지붕 위에 올렸다. 2000년 완성된 해밀턴 스퀘어는 이 우범지역을 24시간 학생들이 붐비는 안전 지역으로 바꿨다. 주차장은 하 대표의 손을 거치면서 소비 활동이 시작되는 출발지로 개조됐다. 하 대표는 지금까지 1000여 건이 넘는 종합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중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타운센터, 뉴저지주 뉴브룬스윅 플럼스트리트 파킹 등 12개 프로젝트가 국제파킹기구 등이 수여하는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하 대표는 부산 용두동 한센병촌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하병국 목사의 3남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1969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시절, 그는 학교로 통하던 길목에서 "문둥이 대장"이라고 놀리는 아이들의 돌멩이에 맞아 머리가 깨지곤 했다. 그는 그곳이 싫었지만 한센병 환자들과 악수를 나누던 아버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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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굴지의 파킹 설계회사의 지분율 8위 파트너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1992년 초 뉴저지에서 차를 몰다가 갑자기 심장에 통증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6개월 뒤 그는 심장을 이식받았다. 그때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이 죽었구나."

하 대표는 직장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회사 '팀 하스'를 설립했다. "자신의 회사를 통해 '곤궁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명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1994년 3명이 집 주차장 설계에서 시작한 회사는 1997년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100대 기업 중 7위를 차지했다. 직원은 50명으로 불었고 마이애미·애틀랜타·뉴브룬스윅으로 사무실을 확대하면서 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미국 비즈니스 매거진인 '비즈니스 저널'은 이 회사의 성공 요인으로 직원들에게 심어져 있는 '하면 된다'는 태도를 꼽는다. 이 회사 직원들에게 물으면 누구나 "파킹은 첫 인상이자 마지막 인상"이라고 말한다. 파킹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는 혁신과 발상의 전환을 서로에게 요구하며, 고객들이 '인간적인 차원의 서비스'를 느낄 수 있도록 몸과 머리를 움직인다.

'팀 하스'가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에이드리언 페슬러 커뮤니케이션 코디네이터는 "금요일 점심때는 직원 가족들이 모두 회사 앞 잔디밭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크리스마스 때는 가까운 고객들과 가족들을 불러 결혼식에 버금가는 성대한 파티를 한다"고 자랑했다. 직원들은 일단 입사하면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50명의 직원 가운데 그동안 2명만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고, 그 가운데 한 명은 다시 돌아왔다. 2007년 경제위기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하 대표를 포함한 3명의 파트너는 이익금을 한 푼도 가져가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데 썼다. 회사는 연간 예산의 5%를 직원 훈련 및 개발비용으로 쓰며, 코칭과 멘터링을 제공한다.

하 대표는 지역 발전을 위한 기업 공헌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회사 바로 옆에 '캘버리 비전 커뮤니티 센터'를 세워 지역민과 비영리단체들이 각종 모임·교육훈련 등을 하는 데 쓰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심장병 예방행사인 '하트 볼(Heart Ball)'을 후원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꿈이나 성공을 먼 데서 찾지 말아요. 가까운 사람에게 최선의 것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