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태, 5년 만의 사진전… "패러디는 즐거워"

영국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대표작 '신의 사랑을 위해'는 실제 인간의 두개골에 백금을 씌우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았다. 사진가 황규태(73)는 미술 잡지에 실린 작품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찍고, 포토샵 작업으로 사진 입자를 뭉갰다. 멀리서 보면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깨진 픽셀의 조합에 불과하다.

서울 삼청동 아트파크에서 개인전 '인생은 즐거워'를 열고 있는 황규태는 "2007년 데미안 허스트 작품이 1억달러(약 940억원)에 팔렸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 나온 작품은 기존 미술작품이나 사진에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30점. '최후의 만찬'과 달러(＄) 표시를 합성한 작품도 있다. 황규태는 "성스러워 보이지만 금력(金力)이 판치는 종교계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 사진가 만 레이의 사진과 달러 표시를 합성한 작품 등이 나왔다. 울림있는 사진의 힘을 보여줬던 이 작가까지 '키치' 스타일의 작품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는 기대와 아쉬움이 엇갈릴 듯하다.

황규태는 "대가들의 명작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때론 진짜 내 작품 같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자기 최면에 걸려 허구와 진실을 착각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황규태는 2007년 한 일간지가 보도한 '신정아 누드 사진'의 주인공 중 하나. 황씨는 처음에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가 나중에 합성이라고 번복했다. 그는 "그 일에 대해서는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상처가 깊어 보였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3-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