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펀드 아직은 괜찮지만…

잘나가던 원자재 가격이 세계 경기 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전날보다 3.67달러(3.3%) 하락한 배럴당 106.25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틀간 5.8%나 급락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시기에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꼽히던 원자재펀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유와 곡물, 광물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펀드의 경우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펀드 계속 승승장구할까

13일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의뢰해 원자재펀드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원자재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5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5.42%)와 큰 차가 없다. 다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최근 3개월 수익률로 보면 주식형펀드가 3.22%인 데 반해 원자재펀드는 7.35% 양호하다. 아직 자금 유입도 양호한 편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올 들어 9918억원이나 자금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원자재펀드에는 4239억원이 유입됐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에너지인덱스의 경우 연초 이후 2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맵스타이거원유선물 17.82%, 미래에셋맵스로저스커머더티인덱스도 17.15%로 뒤를 이었다. 이들 펀드의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편입하는 지수인 로저스상품지수에 에너지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중동·북아프리카 정정불안 장기화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수익률이 급등했던 에너지 관련펀드 이외에 구리와 니켈 등 광물자원펀드들은 수익률이 저조하다. 올 초부터 니켈, 구리와 같은 광물자원의 경우 신흥국의 긴축정책으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원자재펀드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를 보더라도 모두 에너지와 곡물에 투자한 펀드들이다.

◆단기적으로는 불안, 장기적으로는 오를 듯

국제에너지 기구(IEA)는 12일(현지시각) 유가가 지속적으로 배럴당 100달러 이상일 경우 세계 경제의 회복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데, 이 오르는 원자재 가격이 오히려 경기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과 펀드 수익률이 당분간 급등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중동·북아프리카 정정사태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고, 달러화 약세도 더는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그동안 유가 상승을 이끌어왔던 투기적인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펀드 투자가 크게 나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굴곡은 있겠지만, 세계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경우 원자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