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주택 시장 '양날의 칼' 분양가 상한제 폐지 得 될까, 失 될까

'독(毒)인가, 약(藥)인가.'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표한 '3·22 부동산 대책' 중 최대 관심사는 역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여부다. 상한제 폐지란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투기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 택지에 짓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규제하지 않는 것이다.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지만 야당 반대로 1년 이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4월 국회에서 그 운명이 판가름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공급 확대와 경기 회복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폐지론자와 이제 겨우 안정을 찾은 집값을 또다시 들썩이게 한다는 찬성론자가 팽팽히 맞서 있어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지는 '양날의 칼'과 같은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시장에 일부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국회 처리 과정에서 백지화되거나 아무런 결론 없이 그대로 방치되면 주택경기는 더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시장 활기 불어넣을까?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시장과 주택매매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상한제와 함께 연동해 운영되는 분양권 전매 제한제도와 재당첨금지조항이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상한제가 폐지되면 민간택지의 경우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 매매를 할 수 있고 새 아파트에 한번 당첨 후에도 또다시 청약이 가능해져 청약이 활발해질 수 있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공급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계약 후 1~3년(민간택지 경우)간 분양권을 팔지 못한다.

최근 부산을 진원지로 청약 열풍이 불고 있는 지방 분양시장은 상한제가 폐지되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반대로 수도권 분양 시장은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도권은 이미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수도권에서는 수요자들의 부동산 구입이 신중해진 만큼 분양가가 비싸면 외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지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과천, 서울 강동 등 일부 재건축단지와 서울 용산을 비롯한 강북 주요 재개발지역은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높아져도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크다. 또한 건설사의 분양가 책정에 제한이 사라지면서 서울 한남동의 고급 임대주택처럼 일부 부유층이나 자산가를 겨냥한 고가 주택 공급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인기있는 사업장은 조합이 분양가를 크게 올릴 수 있다"면서 "관리처분 이전 단지는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로 일반분양 일정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4월 국회에서 법안처리 무산되면?

2005년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반대하는 논리도 하나다. 상한제가 없어지면 건설사가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 또는 그 이상으로 높게 책정하게 돼 '주변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상한제 도입 이후 2002년부터 줄곧 급등했던 주택가격은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었다. 민간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중단, 주택 공급이 급감한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22만9787가구였던 민영 아파트 분양물량은 2008년 14만5192가구, 2010년 9만711가구로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그러나 상한제 폐지 여부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상한제 폐지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다 '4·27 재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상한제 폐지가 서민층을 자극할 수 있다며 '눈치 보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 국토해양위는 지난 12일 열린 4월 임시국회 첫 법안심사소위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안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 안건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4월 임시국회 회기 중 남아 있는 18일과 20일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은 "상한제 폐지 법안을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상한제 폐지가 표류하면 주택 시장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상한제를 적용해 분양하려던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3·22대책 발표 이후 일반분양 시기를 미루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에서 일반분양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은 71곳이다. 민간 건설사도 상한제 폐지 혜택을 누리려고 분양을 계속 미룰 경우 주택 공급량과 수요자의 청약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어떤 정책보다도 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투자자들로서는 상한제 폐지와 시행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보다 정치권 움직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