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의 스테디셀러… "내 주말을 부탁해"

공연계에는 해마다 수백 편의 신작이 등장하지만 십중팔구 그것이 마지막 무대가 된다. 영원한 퇴장이다. "매일 초대관객 모으는 것도 전쟁"이라는 홍보 담당자들의 푸념처럼 공연은 많고 관객은 적다. 1년 넘게 롱런하거나 레퍼토리 공연으로 꾸준히 관객을 만나는 경우라면 "심봤다!"를 외칠 만하다.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백·사·난)'는 19일 10주년 공연을 시작하고, 뮤지컬 '넌센스(Nunsense)'는 22일 20주년 무대를 연다. 7년째 장기공연 중인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이달 초 3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년…'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짝사랑은 부치지 못한 편지다. 내가 말하지 않아서 혹은 상대가 듣지 않아서다. 친숙한 동화를 비튼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연출 박승걸)는 일곱 난쟁이 중 백설공주를 짝사랑하는 막내 반달이가 주인공이다. 2001년부터 70만명을 모은 창작극. 초등학생은 물론 성인들의 눈물샘을 건드릴 만큼 관객의 폭이 넓다.

호수에 빠진 백설공주를 반달이가 구하는 장면, 안개꽃밭에서 반달이가 춤추는 장면 등이 볼거리로 꼽힌다. 연출가 박승걸은 "누구에게나 '나만의 백설공주'가 있다"면서 "세대를 가리지 않는 가족극이라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초대 반달이 최인경 등 역대 출연진을 만날 수 있고 10년 전 가격(1만5000원)으로 공연한다. 19일부터 서울 청담동 유시어터. (02)556-5910

◆20년… '넌센스'

1991년 국내 초연된 '넌센스'는 뮤지컬 코미디 사상 최고의 히트작이다. 수녀들이 주인공인 '넌센스 잼버리' '넌센세이션' 등 여러 후속편이 나올 만큼 흥행한 넌센스 시리즈의 원조다. 20년간 500만 관객을 모았고 특히 '아줌마 관객'의 지지가 뜨거웠다.

이야기는 수녀 5명이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들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꾸미는 공연과 소동을 따라간다. 무대 위의 배우와 관객이 대화하며 소통한다는 게 장점. 20년 전 초연 무대의 우상민·민경옥·황수경이 다시 돌아와 찰떡 호흡을 보여줄 기세다. 22일부터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 1544-1555

◆30만명…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김정숙 작·권호성 연출)은 때묻고 욕심 많은 사람들을 세탁기 속에 넣고 돌린 세탁소 주인 강태국의 이야기다. 돈 많은 할머니가 "세탁!"이라는 말만 남기고 세상을 뜨자 재산을 찾아내려는 자식들이 이 세탁소에 들이닥친다. 대본 자체의 힘이 좋고 재미와 교훈도 알차다.

수백 벌의 옷이 걸려 있는 무대도 푸근하다. 옷마다 사연이 있다. 40년 전 어머니가 맡긴 세탁물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불효자, 무대의상을 빌리러 온 연극배우 등이 등장한다. 옷이 아닌 마음을 세탁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흥행작인 뮤지컬 '빨래'와도 통한다. 대학로 오아시스극장에서 계속 공연. (02)3673-0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