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76차 금오산 - 활짝 핀 3색 봄, 발 닿는 곳마다 '꽃천지'
입력 : 2011.04.14 10:53
<100대 명산-76차 금오산>
'꽃, 너는 나의 봄이다.'
계절은 봄으로 접어들었건만 지난주까지 추위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유난히도 길고 추웠던 겨울의 끝자락은 여전히 봄의 첫자락을 탐하고 있다. 그러니 제주도의 경우 벚꽃 개화시기가 지난해에 비해 일주일 이상 늦은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육지로 건너와선 속도를 붙인 봄꽃들은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의 76차 산행지로 지난 주말 찾은 경북 구미 금오산은 말 그대로 봄꽃 천지였다. 벚나무는 겨우내 품속에 곱게 간직했던 눈송이를 뽐내고 있었고, 산속에 자리를 잡은 산수유 나무도 노란 꽃잎을 수줍게 자랑했다. 잎보다 먼저 피어 추위가 물러났음을 알린 봄의 전령사 덕에 '백산찾사'(100대 명산을 찾는 사람들)는 봄의 매력을 올곶이 음미했다.
금오산의 숙소로 들어가는 길이 꽉 막혔다.
절정을 뽐내고 있는 벚꽃을 즐기기 위해 자동차들과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왔기 때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새하얀 꽃잎만으로도 눈이 부시다. 이제 다음주면 마치 눈이 날리듯 사방으로 덧없이 흩어지며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몇몇 백산찾사는 "서울 여의도에 벚꽃 구경을 가려했는데, 미리 다 즐겼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금오산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구미에서만 13대째 살고 있다는 임채득씨는 "서울 시민들에게 북한산과 도봉산이 있다면, 구미 시민들에겐 금오산이 있다"며 "하지만 산행 거리에 비해 산세는 만만치 않다"며 주의를 줬다.
탐방안내센터와 케이블카 승강장, 수많은 돌탑을 지나 대혜폭포까지 이르는 길은 말 그대로 산책 코스. 휴일을 맞아 아이들을 대동한 가족 단위 산행객들로 폭포 앞은 만원이었다. 얼마전 비가 온 덕에 폭포는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부터는 본격적인 산행. 산불방지기간이라 개방된 코스가 폭포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이 한 길밖에 없다. 당초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칼다봉까지 다녀오려 했으나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폭포부터 계단이 계속 이어졌다. 산수유 나무를 완상하며 숨을 헐떡거리며 계단을 다 올라서니 이 곳이 '할딱고개'란다. 간단한 이름이지만 나름 잘 지었다. 그런데 할딱고개가 정상까지 이르는 3단계 코스의 첫번째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만만치 않음을 직감한다.
다행히 산행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 자주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계속되는 오르막길에서 가장 '등판능력'이 뛰어난 백산찾사는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서성현-성욱군 형제였다. 외할아버지 송영일씨, 이모 송미수씨와 함께 금오산을 찾은 두 형제는 씩씩하게 산을 오르내렸다. 송미수씨는 "자신의 친구가 100대 명산에 함께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성욱이가 '100대 명산은 이름대로 딱 100명만 참여하는 것이라 안된다'고 했다더라"고 폭로(?), 주위에 모인 백산찾사의 웃음보를 터뜨리기도 했다.
나이 차이가 있는 형제처럼 보였던 김성무씨와 정세주군(중3)은 외삼촌과 조카 사이. 두 명은 시간을 맞춰 국내외 배낭여행을 함께 다니고 있는데, 금오산 산행길도 동참했다. 세대를 뛰어넘은 정이 느껴졌다.
여전히 눈이 남아 있는 8부 능선을 지나 976m의 정상을 찍은 후 다시 폭포쪽으로 하산했다. 대학생 송창섭씨는 산행의 피로를 달래고자 폭포 물줄기 아래로 뛰어들었다. 주위에서 "방사능 빗물 아니냐"며 놀려댔지만 송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젊은 '객기'가 부럽다.
산행 말미에는 개나리꽃이 반겨줬다. 벚꽃으로 시작해 산수유꽃을 음미하고 개나리꽃으로 마무리를 지었던 금오산 길, 그래서 봄 산행은 즐겁다.금오산(구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이번 산행에는 세계적인 암벽, 빙벽 클라이머 정승권 대장(노스페이스)이 함께 했다. 정승권 등산학교 교장이기도 한 정 대장은 요세미티 엘캐피탄 대암벽을 시작으로 남미 세로토레, 알래스카의 헌터북벽, 아콩가구아 남벽, 트랑고 타워 네임리스봉 등 전세계의 유명한 암벽 등반의 경험담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며 클라이밍의 세계로 안내했다. 정 대장은 건강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체중이동을 하는 보행법과 이에 맞는 적절한 호흡법을 강의하기도 했다.
<금오산은?>
경북 구미시와 칠곡군, 김천시 등의 경계에 있으며 높이는 977m이다. 산 능선은 '왕'(王)자 같기도 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누워 있는 사람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산정에는 고려시대 암벽을 이용해 축성한 금오산성이 있을 정도로 산 전체가 급경사로 이뤄져 있다. 1970년 우리나라 최초로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산행 참가자>
송미수 서성현 서성욱 송영일 강영숙 백미경 이종기 김성무 정세주 임채득 한미화 안길상 송희숙 김금순 이희재 고정훈 김유리 김현숙 조혜경 이현이 이정구 서종원 이재두 김현선 김경해 허옥주 김영희 김해원 이현미 구수진 송창섭 김효정 이고운 김신준
'한국 100대 명산 찾기'에 애독자를 모십니다. 2011년 5월 14~15일 경기 가평군과 포천군에 걸쳐 있는 운악산(935m)을 찾을 예정입니다. 행사 홈페이지(cafe.daum.net/e100san)를 방문, '운악산 산행 신청' 코너를 통해 접수 하면 됩니다. 신청은 이번달 30일 오후 6시까지 받습니다. 이 가운데 30명을 선정해 산행에 초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