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典 들었던 공부벌레들, 붓을 들다

"집안에서 너무 강하게 권해 법대를 나왔지만 예술적 열정을 결국 어쩌지 못한 분이 많아요.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이나 원로가수 최희준씨가 대표적이잖아요."

서울법대 동문들이 대규모로 첫 미술전을 연다. 이름은 '법문예전(法門藝展)'. 염인섭(21회) 운영위원회 회장은 "법대 입문자들의 예술적 재능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교수·법조인·기업인 등 32명이 회화·서예·사진에 걸쳐 61점을 선보인다.

"예전엔 공부만 잘하면 미술이나 음악에 재주가 있어도 예외 없이 '서울 법대 가서 판검사 되라'는 소릴 들었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입학했다가 문학이나 음악, 미술 쪽의 끼를 주체 못한 사람이 많았어요. 초기에 제 길을 찾아 간 사람도 있지만, 뒤늦게야 어린 시절의 꿈을 찾아나선 이들도 있지요."

서울법대를 나와 홍익대 총장과 예술원장을 지낸 고(故) 이대원(1921~2005) 화백도 대학 시절부터 '환쟁이'로 유명했다.

염 회장도 졸업 후 회사에 다니다가 독립해 사업이 자리 잡은 50대 말부터야 그림을 다시 시작했다. 이미 국내외에서 시화전을 열어온 서울법대 최종고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 존경해온 독일 법철학자 라드부루흐 초상화를, 김용원 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이사는 사진을 낸다. 한국법제사 대가인 박병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종섭 서울대 법대학장도 오랫동안 갈고 닦은 서예 작품을 내놓는다.

서울법대 총동창회(회장 김경한 전 법무장관)는 2009년을 '서울대 법대 문화의 르네상스' 원년으로 선언하고 동문들과 전시를 준비해왔다.

전시는 17~25일 서울 서초동 한전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린다. 18일 오후 5시에는 법대 출신 문인회와 함께 '범법대 예술문화인들'이 한데 어울리는 자리도 마련된다.(02)2105-8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