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주는 대출,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진다… 이자 할인쿠폰에… 실직 땐 이자 면제도

연초엔 예금금리를 올려 부동자금을 끌어모은 은행권이 이번엔 대출 확대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은행이 얼마나 대출에 관대한지를 보여주는 ‘대출태도지수’가 2분기엔 9년 만에 최고 수준인 21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은행권의 대출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요즘 은행들은 대출이자를 깎아주는 쿠폰이나 소액 연체가 잦은 사람을 겨냥한 대출처럼 갖가지 아이디어로 무장한 대출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이자 할인 쿠폰에 가산금리 30% 감면

대출받을 때 각자의 신용등급과 담보 조건에 따라 적용받는 이자가 달라진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요즘 은행들은 여기에 추가로 대출이자를 할인해 준다며 '이자 세일'에 나섰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대출받은 첫해엔 이자를 할인해 주는 '첫해 깎아주는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대출받는 사람의 거래조건과 신용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대출 첫 1년 동안 30%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만약 3년 만기 대출 이자율이 연 10%(CD 기준금리 연 3.39%, 고객 가산금리 연 6.61%)라면 대출 첫해 동안은 고객 가산금리의 30%에 해당하는 연 1.98%포인트를 할인한 연 8.02%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출받은 후 1년이 지나면 최초 약정이자율로 되돌아간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가 3%로 높은 편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다소 낮은 고객에게도 빌려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대출금리의 폭이 연 5.5~21%까지로 넓은 편이다.

우리은행은 필요할 때를 골라 이자를 할인받을 수 있는 '이자 할인쿠폰'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이 최근 출시한 주택담보 대출상품인 'My Style 모기지론'을 이용하면 한 번에 0.3%포인트씩 월 납부 이자를 할인해 주는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단 대출받고 3개월이 지나야 쿠폰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횟수는 대출 기간에 총 6회, 연 2회로 제한된다. 또 보통 일정 비율로 묶여 있는 중도상환수수료율을 금리처럼 변동형·고정형으로 나눈 것도 이 상품의 특징이다. 고정형을 선택하면 대출 후 3년 이내에 돈을 갚을 때 무조건 1%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적용받고, 변동형을 선택하면 상환하는 시점(1~3년)에 따라 1.5~0.5%까지로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줄어든다. 따라서 대출금을 조기에 상환하려는 사람은 고정형을, 장기 대출 고객은 변동형을 선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국민은행이 출시한 'KB 분할상환 모기지론'은 대출금액의 20% 이내의 원금을 갚을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매년 대출금액의 20%씩의 원금을 여유자금이 되는 대로 갚아나가면 이자 부담도 줄어드는 셈이다. 다만 투기지역이나 수도권 소재의 6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대출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연체 방지 대출, 주부 전용 대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대출상품도 등장했다. SC제일은행이 출시한 '드림결제론'은 자동이체 결제시 통장 잔고가 부족해 연체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설계된 상품이다. SC제일은행의 입출금통장인 두드림통장·직장인 통장에 연계된 지로·공과금이나 신용카드 이용대금, 아파트 관리비, 보험료, 적립식 월부금 등의 자동이체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대출한 돈은 자동이체 결제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고, 현금으로 인출할 수는 없도록 했다. 월 50만원이나 100만원 한도 내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된다. SC제일은행 두드림통장·직장인 통장을 갖고 있으면서 NICE신용등급이 7등급 이상이라면 소득·재직 증빙 절차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소득이 없는 가정주부를 위한 특화 대출상품인 '살림의 여왕'을 출시했다. 이 대출은 서울보증보험의 적격 심사를 통과한 시세 2억원 이상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전업주부라도 본인이나 배우자의 소득 증빙·재직 확인 절차 없이 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상품이다. 만30~60세의 주부가 신청할 수 있고 대출기간은 최장 1년, 대출금리는 연 11.8~12.3%다.

뜻하지 않게 사고를 당해 돈을 갚기 어려운 대출자를 배려해 주는 상품도 있다. 하나은행이 내놓은 오피스텔·반 전세 전용 대출상품인 '우량주택 전세론'은 실업·상해 등 특수 상황이 발생하면 대출이자를 면제해주는 상품이다. 우량주택전세론에 가입한 사람 중 만20~60세인 급여소득 생활자가 뜻하지 않게 실직하거나 91일 이상 입원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대출이자를 6개월가량 면제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