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뚜렷… '중국 펀드'가 부활한다

국내 자금이 다시금 대륙(大陸)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출시된 KB자산운용의 'KB 중국 본토 A주식펀드'에는 2주 만에 250억원이 몰렸다. 세계 다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는 대체로 자금이 유출되고 있으나, 중국 본토 펀드에는 유독 돈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마이너스를 기록한 중국 펀드 수익률도 회복되고 있다.

◆오랜만에 기지개 켠 중국펀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지난 8일 기준)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펀드로 6000억원이 유입됐다. 이 기간 동안 국내 자금이 순유입된 펀드는 중국 본토 펀드와 북미 지역 펀드뿐이다. 글로벌 이머징 펀드에선 2500억원이 유출됐고, 브릭스 펀드에서는 1조7000억원의 환매 물량이 나왔다.

작년 한 해 '중국 펀드 열풍'으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펀드를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서 판매를 마감하곤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으로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중국 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한동안 중국 증시를 짓눌러온 물가 상승세가 최근에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남들보다 앞서 중국 경제 성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중국 본토 펀드의 수익률은 5.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러시아나 북미 지역 펀드에 비하면 탐탁지 않지만, 지난 1년간 수익률이 4.5%였던 것을 감안하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몇몇 펀드는 더 많이 회복됐다. 2009년 10월 설정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한화투신운용의 '한화꿈에그린차이나A주트레커증권자투자신탁'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6.69%를 기록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3%를 넘었다. 중국의 긴축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올 2분기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연말까지 긴축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긴축에도 중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거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2015년까지 중국 뮤추얼 펀드가 5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 시장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면 "10년 내에 중국 펀드 시장이 미국 펀드 시장을 앞지를 것"이라고도 했다.

◆"물량 없으면 홍콩 ETF도 대안"

국내에선 일시적으로 중국 펀드 물량이 달리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조절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해외 적격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QFII 자격을 받은 운용사들은 상당 부분 쿼터를 채운 상태다.

중국 펀드에 가입하지 못할 경우 홍콩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콩 ETF는 홍콩 주식 시장에 상장돼 있는데, 개별 종목이 아닌 상하이 증시의 지수(인덱스)를 따라간다.

김대영 KB자산운용 해외운영팀장은 "홍콩 ETF는 중국 당국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며 "상하이 증시의 상승을 예상한다면 ETF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처럼 환매 기간이나 투자 한도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 팀장은 "홍콩 ETF는 중국 본토 증시의 단기적인 부침(浮沈)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