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再選 위협할 도전자들] [5] 뉴트 깅리치 1994년 新보수혁명 이끈 백전노장… 두번의 불륜이 약점

역사학 교수 출신인 그는 정치에 입문한 뒤 늘 "대통령보다는 권력의 원천인 하원의장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꿈을 이뤘다. 단순한 의회의 수장이 아닌, "차라리 미국을 통치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하원의장이었다. 당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도 뽑혔다. 이처럼 이미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까지 올라갔던 그가 이번에는 '진짜 대통령'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뉴트 깅리치(Gingrich·67) 전 하원의장의 얘기다. 공격적·저돌적 스타일로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떨쳤던 그는 3월 초 '뉴트익스플로러2012 닷컴(NewtExplore2012.com)'이란 대선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공화당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구체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왜 대선에 출마하려느냐는 질문에 "오바마는 재앙이기 때문"이라며 여전한 독설 실력도 과시했다.

◆공화당 혁명 주역에서 선거 패배 책임자로

1994년 이른바 '깅리치 혁명'은 공화당 역사의 하이라이트 중 한 장면이다. 당시 중간선거에서 깅리치 하원 원내총무는 '신(新)보수혁명'을 주도하면서 공화당이 40년 만에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동시에 탈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아메리카와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라는 새로운 정치이념을 토대로 '작은 정부'를 내걸고 100명 이상의 초선의원을 당선시키면서 의회를 장악했다. 새 하원의장이 된 그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당 노선이나 정책 면에서 독선과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깅리치는 '르윈스키 사건'으로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논란이 계속되자, 1998년 '클린턴 탄핵'을 선거전략의 핵심 카드로 빼들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고 오히려 하원 의석 5석을 잃는 패배를 당했다. 그는 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1999년 1월 하원의장과 의원직을 동시에 내놓는 '불명예 제대'로 정치권을 떠났다.

◆아이디어 풍부… 도덕성이 문제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 출신인 깅리치는 에모리대와 툴레인대서 역사학 학위를 받고 1970년부터 웨스트조지아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그는 23권의 저서가 말해주듯, 70세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적인 아이디어맨'이다. 정계 은퇴 후에도 부시 행정부에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회생을 위해 관광 목적의 여객기 탑승에는 최고 1000달러까지 면세 혜택을 줄 것' '아프간 난민 구호는 월마트에 맡길 것' 등이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깅리치는 '흘러간 옛사람'이기도 하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정치적 바람을 일으킬 잠재력도 갖고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그는 불륜으로 점철된 2번의 이혼 때문에 항상 '위선자'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는 19세 때 7살 연상의 여인과 첫 결혼을 했다. 상대방인 재키는 그의 고교시절 수학교사였다. 하지만 18년간의 결혼생활 후 재키가 암으로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깅리치는 내연의 관계에 있던 마리앤과 결혼하기 위해 재키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깅리치는 결국 마리앤과 결혼했으나 하원의장 시절 다시 23세 연하의 전 보좌관 칼리스타 비세크와 혼외정사를 가졌고, 2000년에 비세크와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특히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정치적 공세를 거세게 퍼붓던 와중에도 혼외정사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나 "보수세력 전체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