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 영화제'… 또 홍상수에 꽂히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올해도 홍상수 감독을 선택했다.

제64회 칸 영화제 집행위는 15일(한국시각) 그의 신작 '북촌방향'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한다고 밝혔다. 서울로 올라온 지방대학 영화과 교수에게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색다르고 독창적인 영화들 중 우수작을 뽑는 부문이다. 그랑프리 격인 황금종려상은 공식 경쟁부문 출품작 중에서 뽑힌다.

칸이 홍 감독을 초대한 건 이번이 일곱 번째로 국내 최다 기록이다.

홍 감독은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특별언급상을 받았고, 2000년 '오! 수정'과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은 공식 경쟁부문에 올랐다. 2009년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지난해에는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칸이 이처럼 유달리 홍 감독을 '총애'하는 까닭은 뭘까.

평론가들은 홍 감독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을 지적한다. "이미지나 극적 스토리를 내세우기보다는 평범한 사건과 시간으로 정교한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물의 감정과 본성을 세밀하게 분석한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여금미씨는 "대사와 소소한 몸짓, 표정으로 연극적·문학적 깊이를 보여준 홍 감독의 영화가 프랑스 취향에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홍 감독 작품이 프랑스인들에게 낯설지 않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프랑스 비평가들은 홍상수의 영화에서 에릭 로메르, 루이스 브뉘엘 같은 프랑스 거장 감독들의 흔적을 찾아내곤 했다.

로메르는 '누벨 바그'의 거장으로 권위 있는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을 지냈다. '녹색 광선' '해변의 폴린느' 등을 연출했다. 초현실주의 영화작가인 브뉘엘(1900~1983)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욕망의 모호한 대상' 등을 만들었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을 지냈던 샤를 테송은 "홍상수 영화의 주인공 대부분이 어른의 몸과 아이의 정신을 가진 불일치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점이 브뉘엘을 떠올리게 만든다"고 했다.

이런 배경 덕분인지 프랑스 평단도 홍 감독에게 호의적이다. 2004년 칸영화제에서'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해외 11개 언론사로부터 평점 1.5점(4점 만점)을 받았을 때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와 포지티프는 모두 3점을 줬던 게 대표적인 예. 포지티프지 아드리앙 공보 기자는 "프랑스에서는 외국인들이 왜 홍상수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할까 궁금해하고, 다른 곳에서는 프랑스인들이 별볼일없는 영화에서 도대체 뭘 봤는지 궁금해한다"고 했다.

홍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칸이 자꾸 초청하는 이유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어 잘 모르겠다"며 "영화제는 영화제고, 관객이 '북촌방향'을 각자의 가치 기준과 안목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홍상수는…

1960년생.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을 졸업하고 시카고 예술학교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데뷔. 배우들에게 실제 술을 마시게 하는 등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