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떠올리며 영화 만들어… 솔직히 300만명 넘기면 좋겠다"

강형철(37) 감독은 첫 연출작인 '과속스캔들'이 '흥행 대박'을 터뜨린 운 좋은 사람이다.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영화 흥행성적 10위권 안에 들었다. 그가 다음 달 4일 두 번째 연출작 '써니'를 관객 앞에 내놓는다. 여고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과정을 그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웃으면서 보다가 눈물 흘리게 만드는 영화다. 19일 강 감독을 만났다.

―전작이 너무 성공해서 이번 작품 흥행이 걱정되지는 않았나.

"불안감이나 부담감 모두 없었다. 첫 영화의 성공이 도움이 많이 됐기 때문에 하나의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어떤 선물을 받았다는 건가.

"원하는 배우들과의 미팅도, 투자받는 것도 수월해졌다. 가장 큰 선물은 믿음이다. 배우들과 투자자들 모두 나와 내 영화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더라."

―기대하는 관객 수는. 전작보다 성적이 더 좋길 기대하나.

"그 스코어가 어떻게 나오겠나.(웃음) 관객 수는 어차피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서 기대나 부담은 없다. 그래도 300만명은 들었으면 좋겠다. 300만명이 되면 감독판(감독이 원하는 장면들을 모두 살린 판본)을 개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심의나 상영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뺀 부분들이 조금 있었는데 다 살려서 개봉하고 싶다."

―시사회가 끝난 뒤 이번 작품도 흥행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많다. 혹시 영화 만들 때 일부러 스코어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건 아닌가.

"내가 만드는 영화의 1차 관객은 나다. 내가 봤을 때 재미있으면 찍는 거다. 만약 그게 제대로 먹혀들었다면, 그건 내 취향이 대중적이라서 그런 걸 거다. 평소에도 '워킹타이틀'(노팅힐·러브 액츄얼리 등 대중성 높은 영화를 주로 만드는 영국 제작사)에서 만든 드라마나 코미디를 즐겨본다."

―이번 영화 주인공이 모두 여자다.

"한국 사회에서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데 남자보다 여자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어머니를 많이 떠올렸다. 자신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평범하고도 전형적인 주부다. 어머니에게도 첫사랑이, 떨리는 시절이 있었고, '나'가 중심인 시절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들의 서클인 '써니'의 의미는.

"소녀 시절을 가장 잘 표현할 만한 단어가 뭔가 생각했을 때 '빛나다', 즉 '써니(sunny)'란 단어가 떠올랐다. 노래 '써니', 주인공들이 추는 춤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두 편 영화 모두 캐스팅이 적중했다는 평이다. 기준은.

"유명세보다는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고 실력을 갖춘 배우를 찾는다. '과속스캔들'에서 박보영씨보다 유명한 배우나 왕석현이 아닌 전형적인 아역배우를 캐스팅했다면 배우들의 시너지는 없었을 거다."

―유호정을 비롯한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만족하나.

"유호정씨는 40대 중반의 여배우들 가운데 우아함과 소녀 같은 귀여움을 다 갖췄다. 그래서 꼭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심은경은 연기에 대한 노력과 열정이 대단하다. 대본 리딩 때 시나리오에서 걸어나오는 줄 알았다."

―극 중에서 나미(심은경)가 전라도 벌교에서 서울로 전학 온 뒤 서울 사람처럼 말하려고 애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전라도에 산 적이 있는 배우인가.

"아니다. 서울 청담동에 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