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들한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경기도 용인에서 미분양 아파트를 팔고 있는 A건설사 임원은 20일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물 건너갈 것이란 소식에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마지막 물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해 상당한 판촉효과를 거뒀다"면서 "계약자들이 집단 민원을 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건설업계에서는 "당근을 기대했는데 결국 채찍(담보대출규제 부활)만 때렸다"고 불만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개 구를 제외한 나머지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풀어주기로 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하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집값 올리는 법안'으로 비칠 수 있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상임위원회(국토해양위)에 안건조차 올리지 못했다.
상한제 폐지가 혼선을 빚으면서 당장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유탄을 맞았다. 상한제 폐지를 기대하며 3개사가 합동분양을 진행 중인 경기 김포한강신도시는 19일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 사태를 빚었다. 일부 소비자는 "정부한테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북의 500여 가구 규모 아파트에 청약했던 김모(46)씨는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서둘러 청약했는데 괜히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회기에 상한제 폐지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찬반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현재로서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상한제가 유지되면 소비자들은 나쁠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주택 건설 유인이 없어지면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