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목소리, 되찾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년 중 하루만이라도 장애인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기술도 여기에 한몫할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이 질병으로 인해 목소리가 손상된 환자에게 예전의 목소리를 되찾아주는 기술을 잇달아 개발했다. '따듯한 과학'이 장애인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성대 손상된 환자에게 목소리 돌려줘

암에 걸려 후두가 손상되면 목에서 나오는 공기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말을 하지 못한다. 후두엔 성대도 들어 있다. 영국 연구진은 환자의 얼굴 움직임을 인식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소리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암이나 사고로 후두가 손상돼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에게 밸브를 이식해 소리를 내도록 했다. 하지만 밸브는 몇 개월만 지나면 막혀버려 자주 갈아줘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영국 헐 대학의 제임스 길버트(Gilbert) 교수는 밸브 대신 자석을 이식하는 방법을 택했다. 혀와 입 안쪽에 자석을 이식하면 말을 할 때마다 혀와 입의 위치와 모양이 달라지면서 덩달아 자석의 자기장에도 변화가 온다. 환자가 쓰는 헤드셋은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해 입과 혀의 모양이 어떤지를 역추적한다. 음성재생기는 이 정보에 따라 환자가 말하고자 하는 소리를 낸다.

연구진의 일원인 셰필드 대학 필 그린(Green) 연구원은 '뉴사이언티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입술과 이, 혀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포착해 음성을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현재 50단어 정도를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 안팎의 모양 변화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통역기인 셈이다.

◆환자의 불분명한 목소리 통역해주는 기기

파킨슨병 등으로 근육에 마비가 오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다른 사람이 알아듣기 어렵다. 이러면 음성인식기도 소용이 없다. 셰필드 대학의 스튜어트 커닝엄(Cunningham) 교수 연구진은 마비 환자의 목소리를 정상 목소리로 바꿔주는 아이패드 크기의 시제품을 개발했다.

마비 환자용 통역기는 일종의 학습기능을 갖고 있다. 환자 가족은 다른 사람보다 마비 환자의 목소리를 더 잘 이해한다. 오랫동안 그 목소리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통역기도 환자의 목소리를 계속 들으면서 개인마다 다른 목소리의 경향을 찾는다. 이를테면 마비 환자가 '가위'라고 말하려는데 '아위'로 소리 낸다면 다른 말에서도 '아'를 '가'로 해석하는 식이다.

일단 무슨 소리인지 파악하고 나면 음성재생기로 정상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기계음도 가능하지만, 환자가 병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두고 기계음을 가능한 한 환자의 목소리와 비슷하게 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면 음성이 비슷한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해도 된다. 커닝엄 교수는 "환자의 불분명한 말을 정상 목소리로 바꾸는 것이 문자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국 국립보건원과 통신장비 회사인 토비 처칠, 음성인식 전문기업인 엘 펜디움 테크놀로지와 함께 시제품을 개발했다. 실제 환자 대상 시험은 12개월 이내 진행될 예정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소음 재생해 목소리 분명하게 도와주기도

파킨슨병 환자의 89%는 말을 할 때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지 못하고 45%는 명확하게 발음을 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환자가 더 큰 목소리로 명확하게 발음하도록 훈련을 하는 것이다. 미국 퍼듀대의 제시카 허버(Huber) 교수는 2009년 이 같은 훈련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핵심은 소음이다. 허버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가 말을 하려고 하면 소음 재생기가 바로 손님이 꽉 찬 식당의 소음을 들려준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음 재생기에는 환자가 말을 하려는 순간을 포착하는 센서가 달렸다. 중요한 것은 그릇이 부딪치는 것과 같은 인공 음은 빼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음만 재생하는 것이다.

허버 교수는 "일반적으로 주위에 소음이 있으면 상대에게 큰 목소리로 말하게 된다"며 "파킨슨 환자 역시 두 배 큰 목소리로 말하라고 해도 쉽게 따라 하지 못하지만, 소음을 들려주면 바로 목소리가 커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