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타기도 무섭게… 가는 종목만 간다

한국 증시가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7.23포인트(2.23%) 오른 2169.91에 장을 마감, 나흘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투자자들의 편식현상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올해 주가가 내린 업종 수가 오른 업종 수보다 많다. 업종별 명암(明暗)이 뚜렷해진 셈이다.

◆올 들어 하락업종이 상승업종 2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전체 22개 업종 중 올 들어 상승한 업종은 7개에 불과했다. 2배가 넘는 15개 업종이 오히려 하락했다.

올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화학업종이다. 29.17% 상승했다. 이어 운송장비(24.9%), 철강금속(12.37%), 제조업(11.9%), 섬유·의복(8.69%) 순으로 올랐다.

화학업종의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최근 중국의 구매수요 확대 등 업황 호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2분기에도 고유가와 일본 재건 수요 확대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계속되면서 화학업종의 실적개선은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중국의 재고조정으로 2월 중반서부터 약 2개월간 가격이 약세일 수 있다"며 "그러나 5월 이후부터는 중국의 긴축강도가 완화되면서 다시 구매수요가 증가해 이익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금속 업종도 철강가격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철강금속 대표주인 포스코는 전날 철강가격을 t당 16만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이런 영향에 이날 포스코 주가는 2.7% 올랐고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여타 철강주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운송장비 업종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이 연이어 최고치를 경신한 데 영향을 받았다.

반면 기계업종은 14.20% 하락했다. 전기가스업(13.95%), 통신업(12.22%), 증권(11.42%), 운수창고업(11.10%), 은행(10.33%) 순으로 주가가 내렸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4.82%)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계ㆍ은행업종은 건설경기가 악화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공사가 부진하면서 기계에 대한 수요가 줄었고, 은행도 건설업체들이 부도가 나면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미분양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업종도 8.07% 하락했고, PF대출을 많이 해준 금융업종도 부실 우려에 7.62% 내렸다.

◆"오른 종목 더 오를 것"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많이 오른 종목들이 앞으로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유·화학의 경우 국제유가ㆍ면화ㆍ철강 등 원자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고 자동차 업종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

다만 IT업종은 올 들어 주가가 부진했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해외 IT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주도주인 정유, 화학, 자동차업종 대표주가 올해 실적이 좋기 때문에 주가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