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좌진 장군 손녀가 이토 히로부미 손자에게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외무상께. 나는 대한독립군단 총사령관이었던 김좌진 장군의 손녀, 김을동 국회의원입니다."

21일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주일대사관을 통해 일본 외무성으로 A4용지 4장 분량의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청산리 전투의 명장 김좌진 장군의 손녀가 한일 강제병합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외손자에게 공식 채널을 통해 보내는 서한이다. 일본에서 '이토 히로부미 5세손'으로 유명한 마쓰모토 다케아키(51·松本剛明)는 지난달 일본 외무대신 자리에 올랐다.

김 의원이 편지를 써보낸 것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에 일본측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는 편지에서 "당신의 할아버지는 일본 근대화를 이끌고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일본의 영웅이겠지만 한국 입장에서 이토는 조선의 역사를 뒤바꾼 인물"이라며 "안 의사가 조국을 구하기 위해 그를 저격해야만 했듯 모든 역사는 상대적인 것"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한국인에게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중의원 운영위원장으로 일본 국회도서관 운영을 총괄할 당시 안 의사 유해에 관한 자료를 찾아 한국에 건네주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신속한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작년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 유해발굴 추진단'을 만들었다. 하지만 1년이 다 지나도록 중국 뤼순 감옥 주변 어딘가에 안 의사가 묻혔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 현재까지 정확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기록을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로 볼 때 관련자료가 일본에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을동 의원은 "내가 김좌진 장군의 손녀로서 민족적 미래에 책임감을 느끼듯 마쓰모토 외무상 또한 그럴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편지를 보냈다"며 "당장 자료를 못 받더라도 일본이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