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봐라… 수출 경쟁력이 뚝"

여의도 풍문(風聞)에 '식당 옆자리에서 아줌마들이 주식 이야기를 하면 꼭지'라는 말이 있다. 주식에 관심 없던 사람들까지 주식투자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과열 징조라는 우스갯소리다.

아쉽게도 이 같은 증시 과열 양상이라는 부정적 징표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시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하락할 수 있는 대내외 위협 요인들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들은 주가가 이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세 가지 이유를 든다.

◆첫 번째 이유 "원화 강세가 심각하다. 환율 10원 하락하면 삼성전자가 3000억원을 손실 본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 1일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100원대가 무너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원화 강세를 용인한 정부의 정책 방향 때문이다. 다행히 인플레이션은 주춤한 상태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국내 기업들에는 비상이다. 실제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차는 2000억원, 삼성전자는 300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는 현재 코스피 지수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인 자동차나 전기·전자 등 수출 관련 업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병익 오크우드투자자문 대표는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만약 1050원 이하로 하락해 1000원대가 붕괴될 수 있을 것이란 인식이 시장에 팽배해지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 "펀드 환매대기 물량만 6조원이다. 주가가 더 오르면 물량이 나올 것이다."

투신권은 지난달 21일 이후 24거래일 연속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증시가 상승하면서 주식형펀드 환매 물량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팔아치운 물량만 무려 4조원에 달한다.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 1800선 이후에 들어온 자금 중 약 6조원가량이 여전히 환매 대기 물량으로 쌓여 있다고 분석한다. 코스피 지수 1600~1800선 사이에 들어왔던 펀드 자금의 경우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서 대부분 환매가 이뤄졌지만, 그 이후에 들어온 펀드 자금은 여전히 대기 물량으로 쌓여 있다는 것이다.

국내 지수 상승을 이끌던 외국인 수급도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만 보고 투자했다기보다는 달러 약세를 이용한 환차익을 얻으려는 자금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 "원자재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 수입물가가 비싸지고 살림살이도 팍팍해진다."

최근 환율하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지만, 중동·북아프리카 정정불안과 일본 대지진 여파로 식음료와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다. 이에 따라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이는 결국 기업들의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