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前 빛 본 주먹도끼도 전시"

"멋진 박물관을 만들었으니 무거운 짐을 내린 것 같습니다."

배기동(裵基同·59)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초대 관장을 맡은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선사박물관'이 오는 25일 개관한다. 전곡 선사유적지는 1978년 고고학도 출신 주한미군 병사 그렉 보웬이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발견해 처음 알려졌고, 이듬해 서울대박물관이 투입돼 발굴에 나섰다. 배 관장은 당시 박물관 조교로 현장 책임자를 맡은 뒤 여러 차례 발굴 조사에 참여, 유적의 지층만큼이나 그와의 인연도 쌓여갔다. 배 관장은 "처음에는 서울에서 오려면 검문소 5개는 통과해야 했던 최전방에다 군사시설이 가득했다"며 "햇수로는 32년, 이곳에서 묵은 날짜를 모두 합하면 3~4년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곡 선사유적지는 학설에 따라 다르지만 30만~40만년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유적지 가운데 영어로 된 고고학 서적에 가장 많이 인용된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선사박물관은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주먹도끼 등 고고학적 가치를 자랑하는 발굴 유물과 모형 등 300여점의 전시물을 선보이게 된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시실 중앙에 자리 잡은 '인류의 위대한 행진'이다. 세계적인 고인류 복원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데인즈가 인류의 진화 과정을 실물처럼 만들었다. 배 관장은 "과학적인 고증과 면밀한 복원작업을 거친 예술 작품"이라고 말했다.

배 관장은 앞으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해 박물관의 교육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 관장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