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조계 '103세 판사'

"내가 나랏일에서 은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으면 한다. 나 자신이 나라의 일부였으니까."

미국 최고령 현역 연방법원 판사인 웨슬리 브라운(103)의 이야기가 21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렸다. 미국 연방판사는 종신직으로 자신이 원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다. 브라운 판사는 1907년생으로,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50년째 재임 중이다. 전국 1294명의 연방판사 중 90대가 8명 있으나, 100세가 넘는 판사는 브라운뿐이다.

캔자스주 위치타 소재 연방법원에선 그가 화제가 된 지 오래다. 법복을 갖춰 입은 백발노인이 폐 기능 약화로 인해 산소공급 튜브를 코에 꽂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입장하면 변호사, 검사, 소송 당사자들이 엄숙한 침묵 속에 기립한다. 브라운 판사는 산소 튜브를 다시 조정한 뒤 천천히 개정을 선언한다.

브라운 판사는 지난 3월부터 근무 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줄이고 새 형사사건은 맡지 않고 있으나 나머지 업무는 여느 판사와 똑같다. 그는 사회현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터넷을 서핑하며, 후배 판사들에 대한 멘토링도 맡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이 '103세의 판사가 제대로 판결을 하겠느냐'고 불만을 품는 경우도 있다. 그는 평소 후배들에게 자신이 판사 업무를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면 기탄없이 말해달라고 부탁한다. 브라운 판사는 인터뷰에서 "나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또는 정신이 온전할 때까지 하라고 임명된 것인데, 난 정신이 먼저 흐려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공직(公職)을 수행하는 한 살아갈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