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우리 한과의 멋과 맛 세계에 널리 알려야"

"음식이나 옷이나 똑같은 대우를 받는 것 아닐까요? 한복(韓服)도 한과(韓菓)도 모두 우리 것인데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하겠습니까?"

신라호텔 '한복'사건은 한과 명인(名人) 박순애(57)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는 한국전통떡한과 세계화협회장이다. 20일 만난 박 회장은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리는 한국전통떡한과박람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과 세계화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그는 한복사건을 접한 뒤 혹시나 한과도 일반인들에게 이토록 외면당하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 회장은 담양한과(명진식품) 대표로 우리나라 한과 명인 세 명 중 한 명이다. 산자 명인 최봉석, 약과 명인 김규흔에 이어 엿강정 명인으로 지난 2008년 명인 반열에 올랐다. 담양한과는 지난해 80억원의 매출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한과 시장규모는 연간 2000억원대로 전국에 400여개 한과업체들이 있다.

박 회장은 1976년 담양으로 종갓집으로 시집온 뒤 한과를 대중화한 인물이다. 시어머니가 없는 집에 10명의 시누이·시동생을 도맡아 온갖 제사상과 잔칫상을 차리면서 한과 제조법을 배웠다. 어렸을 때 감기에 걸리면 부모님께서 엿기름에 고추를 넣어서 식혜를 만들어 주신 것에 착안해 유과 제조법을 터득했다. 그는 "연중 16번의 제사와 정월대보름·칠석·동지까지 20여 차례 음식상을 차리다 보면 1년이 지나갔다"며 "시아버지가 무서워서 할 수 있는 것은 며느리 역할 뿐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97년 담양한과를 브랜드화했다. 공교롭게도 IMF 사태가 지원군이었다. 당시 명절 선물은 양주가 대표적이었지만 IMF 사태 이후 전통 한과가 이를 대체했다. 그는 "IMF 사태가 나던 해 한과가 정부로부터 전통식품으로 지정된 데 이어 백화점에서 유통된 것이 한과시장을 만든 배경"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과 세계화 열정에 사로잡혀 있다. 매년 전통떡한과산업박람회를 개최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올해도 21일~22일 이틀 동안 한옥마을에서 행사를 치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학생과 일반인들을 참여시켜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전시했다. 올 하반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한과 세계 순회 전시회를 개최해 해외에 한과 세일즈를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