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예 걸렸기에 실패 생각도 못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나를 특사로 파견했는데, 만약 실패했다면 '역시 경험도 없는 한국인에겐 무리였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책임이 막중했다. 실패는 내게 옵션이 아니었다."

최영진(63) 코트디부아르 유엔 특별대표가 22일(현지시각)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서부 아프리카 국가 코트디부아르 내전 사태 해결 과정을 설명했다. 2007년 10월 반기문 총장이 특별대표로 임명한 지 3년 반 만에 일단락지은 것이다.

코트디부아르에선 지난해 12월 대선이 실시됐다. 그러나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 내전으로 치달았다가 지난 11일 체포되면서 상황이 사실상 종료됐다. 이로써 코트디부아르는 동티모르와 네팔에 이어 유엔이 선거 결과를 인증해 정권이 교체된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선거결과에 불복해 내전이 발생한 상황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이 적극 개입해 내전을 종식시킨 첫 사례이기도 하다. 최 대표는 "올해 아프리카에서 18번의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번 코트디부아르의 결과가 다른 국가들에도 올바른 메시지를 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바그보 전 대통령 체포 다음 날에 최 대표는 아비장 골프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며칠 전까지도 '칠레의 아옌데처럼 죽겠다'더니 그 호기는 없어지고 위축돼 있었다"며 "신변을 보호해주고 형 확정 전까지 예우도 갖춰주겠다고 약속하자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현지 유엔평화유지군 최고 지휘자였던 최 대표는 지난 4개월은 사무실 야전침대에서 잤고, 수시로 지하벙커로 대피해야 했다. 그바그보측이 저격수를 동원해 망루에서 평화유지군 영내에 조준사격해 4명이 총상을 입는 사건도 일어났다. 회의 도중 저격수가 쏜 총알이 알루미늄 창틀을 뚫고 들어와 벽을 튕긴 다음 앞쪽에 걸어놓은 지도에 박히기도 했다.

최 대표는 유엔사무국 평화유지활동 담당 사무차장보, 유엔대표부 한국대사를 역임했고,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시절 차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