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블로그] 주가 너무 올라 슬픈 투자자들

회사원 김모(39)씨는 요즘 주가가 너무 올라서 울상입니다. 올 초만 해도 주가 상승을 확신하며 베팅했던 김씨가 지금은 급등한 주가 때문에 속상해하다니 어찌 된 영문일까요?

바로 김씨가 가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녹아웃(knockout) 조건이 말썽이었습니다. 녹아웃이란 주가가 금융회사에서 정한 상한선을 넘어설 경우 최종 수익률이 낮은 상태로 고정되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ELS나 주가지수연동예금(ELD) 같은 파생상품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김씨가 가입한 ELS는 주가지수(코스피200)가 가입시점 대비 30% 이내에서 상승하면 최대 연 20% 수익을 챙기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주가가 30% 넘게 치솟는 바람에 녹아웃에 걸려 그만 수익률이 연 3%로 확정되어 버렸습니다. 주가가 '적당히' 올라줬으면 괜찮은데, 상한선을 뚫고 가파르게 오르는 바람에 김씨가 된서리를 맞게 된 것입니다.

특히 이달 들어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녹아웃된 ELS와 ELD 상품들이 쏟아졌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ELS 상품은 이달 들어서만 6개가 녹아웃되어 버렸습니다. 이들 상품엔 78억원 넘는 돈이 몰렸는데, 투자자들은 0~3% 수익률밖에 챙기지 못하게 됐습니다.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ELD는 지난주에 2개가 녹아웃됐는데, 해당 상품의 수익률은 10%가 넘는 두 자릿수에서 4.5%로 대폭 줄었습니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판매한 ELD 중에선 이번 달에만 9개가 녹아웃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한다면 '눈물의 녹아웃 행렬'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A증권사 파생상품팀장은 "녹아웃 규정이 있는 ELS나 ELD의 경우 원금 보장 조건 덕분에 주가가 하락할 때는 손해 볼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반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면 오히려 손해 보는 과유불급(過猶不及)형 상품"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녹아웃에 걸려 낮은 수익률로 조기 확정되어 버린 경우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가가 앞으로 더 승승장구한다면 녹아웃 상품 투자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하겠죠. 탈출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만기 전이라도 조기 확정된 낮은 수익률로 해지할 순 있어요. 다만 조기 해지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기간에 따라선 오히려 원금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하니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