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장진호 전투, 3D로 장엄하게 만들것"

6·25전쟁의 장진호(長津湖) 전투를 3D로 담아내는 제작비 1억달러 규모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한의 17일(17 Days of Winter)'이 올겨울 한국에서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 감독은 에릭 브레빅(Eric Brevig·54).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7일부터 2주간 미 해병 1사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중공군 7개 사단, 12만명에 포위돼 전멸 위기를 겪다 탈출에 성공한 작전이다. 이로 인해 중공군의 남하가 몇주 지연돼 국군과 유엔군, 북한 피란민들의 흥남 철수 작전이 가능했다.

브레빅 감독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6·25전쟁의 서사적 장엄함을 3D로 담아내는 첫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2013년 봄 개봉 예정.

―영화 제작 진행 상황은.

"'뜨거운 오후'(1975년)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프랭크 피어슨이 최근 시나리오를 끝냈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세트디자인 작업을 할 프로덕션 사무실을 다음 달 서울에 열고 로케이션 준비 작업도 마무리할 계획이다. 7월까지 주요 인물 캐스팅을 정하고 전투가 벌어졌던 겨울이 되면 촬영을 시작한다."

―촬영지는.

"영화의 배경이 대부분 눈 쌓인 강원도 산악 지형이다. 지난겨울 로케이션 선정 작업에 참여했던 프로듀서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손이 마비될 정도로 한국의 추위를 절감했다고 하더라."

―왜 장진호 전투인가.

"영화 제작자인 한국계 미국인 제이슨 원으로부터 영화 제의를 받고 장진호 전투 생존자들도 만나보았다.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강렬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스토리를 발견했다. 제이슨의 아버지는 장진호 전투 직후 이뤄진 흥남 철수 때 북한 피란민이었다. 수만 명의 군인들이 눈보라 속에서 야간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3D화면으로 재현하겠다."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나.

"잊혀진 전쟁을 세상에 알리고 동료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린 용감한 병사들을 기리고 싶다. 전쟁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영웅주의는 배제하겠다. 대신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피어나는 휴머니즘을 그리고 싶다. 생포된 북한 소녀가 미 해병과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 장면은 전쟁에 대한 성찰적 인식을 제공한다."

―대부분 밤에 이뤄진 전투를 3D로 담는 데 어려움이 없겠나.

"최신 입체영상기법을 도입, 실제 폭발장면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효과를 합성해 관객이 실제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겠다. 내가 특수효과 작업에 참여한 영화 '진주만'보다 몇 배 실감 나는 전쟁 장면을 재현할 것이다. 병사들의 입김과 눈, 안개 등을 생생히 되살리겠다."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나.

"6·25전쟁을 다룬 '태극기 휘날리며'를 인상 깊게 봤다. 지인으로부터 한국인과 음식이 매우 훌륭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영화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나도 한국통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에릭 브레빅 감독은…
'진주만' '토탈리콜' '후크' 특수효과 맡았던 베테랑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특수효과 및 3D 영상 전문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크',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 등 여러 작품의 특수효과를 맡았다. 폴 버호벤의 SF영화 '토탈 리콜'(1989년)로 아카데미 특수효과 상을 받았으며, 이후 두 번 더 후보에 올랐다. 2008년 3D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