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 [20] 시속 13㎞ 넘으면 과속… 위반 땐 신문에 명단 공개도

1928년 12월 3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범법자' 10명의 명단이 실렸다. 이들의 죄목은 '자동차 과속 운전'이었다. 기사는 "지난 28일 밤에 시내 각 서에서 연합하여 통행하는 자동차의 속력 취체(단속)를 행한 바 다음과 같은 열 명이 정규의 속력 이상을 행하야 각각 이십 일씩의 정지 처분이 있었다더라"면서 운전자 실명을 게재한 것이다. 무슨 중범죄라도 되는 듯 이름 석 자를 신문에 실을 만큼 자동차 역사 초창기에 '과속 운전'은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구한말 왕실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일반인들이 차 구경하기가 극히 어려웠으나, 1920년 무렵 경성 거리에 차들이 제법 굴러다니게 됐다. 조선일보 1920년 6월 28일자 기사에 따르면 1920년 5월 말 현재 경성의 자동차가 총 57대였다. 그때의 자동차란 이를 소유한 고관, 부자들에겐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였지만, 민중에게는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쇠당나귀'였다. 자동차가 거리에 멈춰 있으면 호기심에 다가와 막대기로 찔러보거나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경적소리에 혼절해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부산의 50세 남자는 "이까짓 자동차 무엇이 두려우냐. 내가 씨름을 해 보겠다"며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었다가 받혀 중상을 입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조선일보 1920년 8월 16일자)

행인들이 겁냈기 때문인지 초창기엔 자동차를 아주 천천히 달리도록 엄격히 제한했다. 경성 시내 제한속도가 1920년대 초반엔 시속 8마일(약 13km)에 불과했다가(1921년 4월 23일자), 1930년대 초반엔 20마일(32㎞), 1934년부터는 25마일(40㎞)로 늘어난다.(1934년 3월 8일자)

그런데도 제한 속도를 어기는 차가 늘고 사람이 차량에 다치는 일도 잦아지자 경찰은 과속 단속을 해마다 강화했다. 창경원·장충단공원 등을 관할하는 동대문경찰서는 사고가 급증하는 4, 5월 행락철이면 '봄맞이' 과속 단속을 벌였다.(1934년 3월 25일자) 1929년 9월 12일부터 '조선박람회'가 개막돼 경성시내 교통사고가 급증하자 경찰들이 암행(暗行)단속을 벌여 20명에게 일주일 안팎의 취업정지를 시키기도 했다.(1929년 10월 30일자)

'스피드 건' 같은 것 없던 시절, 어떻게 과속 차량을 잡았을까. 1921년 4월 23일자 '전차와 자동차 속력 취체' 기사에 소개된 옛 경찰의 단속 장비는 스톱워치였다. 기사는 "어떠한 처소로부터 어떠한 처소까지 임의 거리를 칭량"한 뒤 그 구간을 표준보다 빨리 통과한 차를 단속했다고 보도했다. 카메라 앞 '반짝 감속'을 막는 최신 단속법인 줄 알았던 '구간 단속'이 90년 전 이 땅에 이미 등장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