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산골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책 읽어 주는 아이들

강릉은 PC방보다 도서관이 많습니다. 한적한 거리를 거닐다 푸른 소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조용한 도시, 강릉은 도시 전체가 도서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민이 밀집해 있는 아파트촌은 물론이고, 주민이 몇십 명밖에 안 되는 시골 마을에도 곳곳에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심지어 시장터 안에도 마을도서관이 있어, 노점상을 하는 사람들이 책을 빌려 읽으며 장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책 배달 서비스 시스템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가령, 대관령 깊은 산 속에 사는 사람이 구하기 어려운 서적이나 신간서적을, 전화나 컴퓨터로 시립 중앙도서관에 신청하면 책 버스가 가까운 마을 도서관까지 가져다줍니다. 내가 근무하는 대관령 기슭, 산골 도서관에서는 그 외에도 우리 마을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우리 마을엔 한글을 모르는 노인분들이 많이 사십니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주변의 노인회관을 찾아다니며 책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귀여운 목소리로 종알종알 옛날 이야기책을 읽어 드리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금방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드십니다. 아이고! 저런! 저런! 하시며 무릎을 치기도 하시고, 고것 봐라! 하시며 손뼉을 치고 한바탕 웃기도 하십니다. 헤어질 때마다 구부정한 허리로 문 앞까지 나오셔서, 또 오너라! 또 오너라! 하시고, 어린이들은 다음에 또 올게요! 꽃 이파리 같은 손을 흔듭니다. 그 작은 손에도 책 한 권씩 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