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의 주치의 다시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대통령 한의 주치의에 류봉하(62)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원장을 내정했다.

류 내정자 집안은 3대째 한의사를 해 왔다.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선대 때부터 한의학계에 업적을 많이 남겨온 훌륭한 한의"라며 "내과가 전공이고 인품도 훌륭해 대통령 주치의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류 내정자는 1974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뒤 1980년부터 같은 대학 교수로 재직해 왔다. 2003년 대통령 한방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국방부 의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소화기 질환에 밝아 서양의학으로 치료되지 않은 환자들도 그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사탕처럼 녹여 먹거나 젤리처럼 씹어먹는 한약을 개발하기도 했다. 류 내정자는 평소 "(한방과 양방은) 메커니즘의 차이는 있지만 생명을 살리고 병을 고친다는 대전제 아래 서로 존중하고 보완해야 한다"며 "상호 이해와 관심을 높여서 지속적으로 상부상조하는 의료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해왔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그동안 대통령 한의 주치의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왔고 최근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건의해 복지부를 통해 대한한의사협회로부터 복수 후보를 추천받아 내정했다"며 "대통령의 한의사 주치의 위촉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린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 주치의는 대통령실 운영 규정(10조)에 따라 의사 1인과 한의사 1인을 각각 둘 수 있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의사인 주치의가 갖는 것으로 돼 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주치의는 사돈인 최윤식 서울의대 교수다. 한의 주치의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한방 육성 차원에서 처음 도입됐으나 '작은 정부'를 이유로 현 정부는 임명을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 때 주치의였던 신현대 박사는 류 내정자와 경희대 동기 동창이다.

한의학계에서는 그동안 형평성과 한의학 육성을 이유로 부활을 요구해왔다. 김정곤 회장은 "현 정권 들어서면서 없어졌던 한의 주치의가 부활됨으로써 한의학이 제도권 의학으로서 공인받은 체계라는 것이 해외에서도 재확인받게 됐다"며 "만시지탄이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