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바람 앞 촛불

〈제9보〉(114~133)=만 18세를 넘겨 연구생에서 퇴출된 후 '재야' 신분으로 기어이 프로가 된 기사들도 꽤 있다. 대표적인 기사가 강창배(25) 二단. 2005년 '정년'을 맞은 뒤 혼자 공부해 22세 때 프로가 된 그는 최근 GS칼텍스배 8강에 오르는 등 기세를 떨치고 있다. 요즘 이호승은 양천제일도장, 정찬호는 충암 바둑도장에서 몇 살 아래 동생들과 똑같이 하루 10여 시간의 피나는 훈련 속에 프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우변 백 대마가 위기에 처한 상황. 114~117까지 진행돼선 백이 난처해졌다. 114로 참고1도 19까지 저항했으면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 118이란 터무니 없는 패착까지 터졌다. 참고2도 1로 막고 버틸 장면. 4까지 자체적으론 잡혔지만 7의 노림이 있다. A를 보면서 17까지 싸웠으면 아직 희망이 있었다(우변 백은 오궁도화 형태로 수수가 제법 길다).

119에 이르러 우변 백은 흡사 바람 앞의 촛불이다. 133으로 파호(破戶)당하자 대마가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흑의 외곽 포위망을 찢지 못하면 삶은 없다. 남은 실낱 같은 희망은 '가'로 백 2점이 기어나가는 수. 실제로 얼마 뒤 그 장면이 연출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