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知가 낳은 우왕좌왕 정책 안타까워"

    입력 : 2011.04.27 03:00 | 수정 : 2011.04.27 07:55

    기후·생태 전문가 31명 '기후변화 교과서' 펴내
    "우리 사회에 환경 오해 팽배… 정책 길잡이될 자료집 집필"

    ‘기후변화 교과서’출간에 참여한 집필자들. 왼쪽부터 공우석 경희대 교수, 주기재 부산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국내 최고의 기후변화·생태계 전문가 31명이 '우리 시각에서 본 기후변화의 모든 것'을 담은 핸드북을 냈다. 제목부터가 대담하다. '기후변화 교과서'(도요새).

    공동기획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최용상 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관련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우리 기후변화 환경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한데 모은 만큼 '교과서'라 불러도 손색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자 목록만 봐도 '대표급'이다. 이동규 서울대 명예교수 겸 APEC기후센터 이사장,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 이병훈 전 한국생물다양성협회장, 주기재 부산대 교수 겸 동아시아람사르센터 명예센터장, 심교문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 겸 유엔기후변화협약 농업부문 정부 대표,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소장….

    이들이 한 권의 책에 의기투합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지'와 '무대책'을 더 두고 볼 수 없어서라고 했다. "2008년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의 미래 비전을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공표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학문적 준비는 없이 저지르고 그냥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관련 부처 공무원들조차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안쓰럽더군요." 최 교수는 "기업들도 좋은 길잡이가 필요하고, 시민들도 정확한 정보와 소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기획 3년 만에 선보인 631쪽 분량의 두툼한 책 안에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관한 갖가지 '불편한' 사실과 분석들이 빼곡하다. 남쪽에 주로 분포하던 대나무가 이제는 대동강 너머까지 줄기를 뻗고 있다거나, 연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2도만 더 높아지면 안동·대구에서는 사과 대신 망고, 파파야 같은 열대·아열대 작물을 키워야 할 거란 얘기는 더 이상 기후변화가 남의 일만은 아님을 일깨운다.

    해외 대응 사례도 눈에 띈다. '생물해적(biopiracy) 방지책'이란 게 있다.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신약·화장품을 개발했을 때 특허는 기술보유국이 갖더라도 수익의 일부는 원료 생물자원 보유국에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가령 브라질산 독사의 독을 이용해 혈압강하제를 만든 선진국 제약회사는 앞으로 브라질 정부나 주민에게 이익의 일부를 줘야 한다.

    책은 환경부가 다년간 지원한 국가장기생태연구사업 연구 결과도 반영했다. 다양한 통계와 도표, 그래프를 실어 자료집으로도 요긴하다. 각종 기후변화 관련 홈페이지와 국제협약 내용도 정리돼 있어 관공서·기업·지자체·연구소에서 기본참고서로 반길 만하다. 최 교수는 "최근 사회 이슈를 둘러싼 진통에서 보듯이, 제대로 된 교과서가 없으면 과학이 괴담에 밀리거나 막연한 낙관에 안주하게 된다"면서 "이 책이 기후변화에 관한 한 우리 사회의 기본 학습과 연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