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도 "이제 친환경 차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고유가로 인해 해외 친환경 자동차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도 친환경차 개발 및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관망하던 국내 업체들도 친환경차 신드롬

국내 업체들은 그동안 정부의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기울여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업체들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을 끝내고 양산에 들어가는 등 친환경차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하자 국내 업체들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향후 10년 동안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에 17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어서 국내 업체들은 중국 시장을 위해서라도 친환경차 개발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뜨거워지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친환경 전략

현대차는 각종 친환경 차량 출시 행사를 비롯하여 서울과 상하이 모터쇼와 소비자전자박람회(CES)에 친환경차 출품, G20 행사 차량 지원 등 다양한 마케팅 행사를 펴고 있다. 또 여러가지 친환경 차량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내달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아차는 K5 하이브리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차종 모두 2.0L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150마력의 힘을 낸다.

현대차는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란 가정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차처럼 사용하다 배터리가 다 소모되면 엔진으로 구동되는 차량을 일컫는다. 최근 '블루윌'을 선보였고, 오는 2013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현대차는 전기차인 '블루온'을 양산했고,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 2012년부터 1000대 양산을 시작으로 오는 2018년 3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차는 2인승 '트위지', 경차인 '조이', 세단인 '플루언스', 다목적 차량인 '캉구' 등 네 종류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이 특히 주력 전기차로 여기는 것은 SM3에 기반한 조이. 국내 최초로 자동차 배터리를 휴대폰 배터리 교환하듯이 손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SM3 조이는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한국GM 역시 미국에서 개발·생산된 전기차 볼트를 국내 도로에서 시범 주행 중이다. 또 27일 인천 청라 주행시험장에서는 볼트와 전기차 크루즈에 대한 언론 시승회를 갖는다.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전기차 시보레 크루즈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를 제공받아 제작된 전기차다. 한국GM은 이 밖에도 소형차인 스파크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저속 전기차 생산업체인 AD모터스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 '체인지'와 중국 BYD가 생산한 중형 세단 E6를 들여올 방침이다. 또 골프카트 생산업체인 CT&T도 전기차인 'e존'을 개발 중이다.

◆향후 문제점

국내 전기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정책이 자동차업체는 물론 소비자들로부터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및 세제 혜택 방안과 관련, 내년까지는 공공기관 수요자들에게만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나마 정부의 전기차 인프라 구축사업에 참여하는 현대차 블루온·AD모터스의 체인지·CT&T의 e존 등 3개 차종만 혜택을 받는다. 르노삼성과 한국GM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일반 소비자가 디젤이나 휘발유 차량보다 20~30% 비싼 전기차를 구입할 인센티브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개발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크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주력산업팀장은 "현재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없다고 해서 국내 업체들이 개발하지 않았다가는 10년 뒤에 자동차산업 기술에서 크게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