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짝패'… 사극 촬영 명소를 가다, '영주선비촌'

<떡이진 머리와 꼬질꼬질 때 묻을 걸친 거지들이 어느 양반집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양반집 사람들이 나와 그들을 다그쳤고, 이에 거지들은 걸친 옷을 풀어헤치며 양반에게 거세게 항의한다.>

이는 최근 방영 중인 MBC 드라마 '짝패'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속에서 장꼭지(이문식 분)네 거지패가 김진사(최종환 분)네 부인이 운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 끼 식사를 빙자해 단체문상에 나선 것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저런 장면은 어디에서 촬영을 했을까?', '세트장을 따로 설치한 것일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진다. 사극 촬영지는 빼어난 자연환경과 체험코스도 마련 돼 있어 '저곳으로 여행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KBS '추노'의 촬영지이며, MBC '짝패'의 주요 촬영지인 경상북도 '영주 선비촌'을 찾았다.

지난 주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달려 ‘선비촌’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니 10m가 넘는 선비상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선비상 뒤편에 슬며시 보이는 기와집과 초가집은 TV에서나 볼법한 조선시대의 풍경 그대로다.

이곳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과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004년 개관한 이곳은 영주시 관내 여러 마을에 흩어져 있던 기와집과 초가집 등 12채의 고택을 복원시켜 만든 전통체험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있는 고택은 '선비정신'의 테마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찾고 알아가며 관람하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테마는 자신을 수양하고 집안을 올바르게 가꾼다는 뜻을 가진 '수신제가(修身濟家)'와 사회에 진출하여 이름을 드높인다는 뜻의 '입신양명(立身揚名)', 사는데 있어 편안함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뜻의 '거무구안(居無求安)', 가난함 속에서도 바른 삶을 중히 여긴다는 뜻의 '우도불우빈(憂道不憂貧)' 등이 있다.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하며 관람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김상진 가옥'에 도착했다. 이곳은 1900년도(추정)에 지어진 것으로 'ㄷ'자형 기와집이다. 'ㄷ'자를 중심으로 정면에 마루를 깔고 좌우측에 안채와 사랑채로 구성해 놓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구의 진열을 통해 자신을 수향하면서 늘 바른 마음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던 선비들의 곧은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가옥 뒤편에는 '강학당'이 있다. 이곳에는 전통예절을 체험할 수 있다. 먼저 한복 입기를 체험했는데 청아한 옥색을 자랑하는 선비 옷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기본 예절교육을 배웠다. 남자와 여자가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절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했다. 평소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 다소 어색했지만 마음은 들떠 있었고 우리 인사법을 제대로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선비 복장을 한 뒤 '두암고택'으로 향했다. 이곳은 두암 김우익이 1590년에 세운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택이다. 이곳은 사랑채·안채·행랑채·사당을 고루 갖춘 'ㅁ'자형 한옥이다.

대문을 열면 오른쪽에 외양간이 나오는데 이는 경북 산간지역 반가의 특징이다. 선비촌에서 가장 큰 건물로 대문 건너편엔 하인이 숙식하던 초가가 재현돼 있다.

특히 이곳은 MBC 드라마 '짝패'를 촬영한 곳이다. 드라마 첫 회에 장꼭지(이문식 분)네 거지패가 김진사(최종환 분)네 부인이 운명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한 끼 식사를 빙자해 단체문상에 나선 장면이 있는데 바로 이곳 입구에서 촬영했다.

또, 극 중 막순(윤유선 분)이 꼭지에게 자신의 아기를 팔지 말아 달라며 애원하던 담벼락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드라마 속 장면과 비교하며 관람을 하니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다음 향한 곳은 '인동 장씨 종택'이다. 이곳은 인동 장씨 영주 입향조의 맏손자 언상이 세운 곳으로 16세기 중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채와 사랑채가 별도 건물로 분리되어 있으며, 누각형으로 지어 올리고 마루에 난간을 두른 사랑채가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이곳은 지난해 KBS 드라마 '추노'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입구에는 당시 추노의 주인공의 모습과 어울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다른 고택과 달리 마당과 마루의 높이가 1m정도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신분의 정도를 표현한다고 한다. 높을수록 신분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만죽재 고택, 해우당 고택, 김문기 가옥, 김세기 가옥 등 기와집 7채와 장휘덕가옥, 김뢰진 가옥, 김규진 가옥, 두암 고택 가람집, 이후남 가옥 등 초가집 5채가 있다.

선비촌에서는 가족 관광객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으며 하룻밤을 묵으며 농사일을 체험하고 전통복식을 입어보고, 예절과 선비정신, 서당, 다례교육 등 옛 선비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경험해볼 수 있다.

장소에 따라 윷놀이, 제기차기, 장작패기, 지게지기, 새끼꼬기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으며, 상설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투호던지기와 널뛰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와 가마니짜기, 새끼꼬기, 연 만들기 등 전통문화 체험도 가능하다.

■ 인근 관광지

 ○ 소수서원 : 최초의 사액서원인(사적 제55호) 소수서원은 선비촌 옆에 위치해 있으며, 국보 111호인 회헌 안향선생 영정과 보물 3점, 명륜당, 동재, 서재, 학구재 등 고건축물들이 즐비하다.

 ○ 부석사 : 화엄종찰 부석사는 고려시대 목조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을 비롯 석등, 조사당, 소조여래좌상 등의 국보를 볼 수 있다.

 ○ 풍기온천 : 지하 800m의 불소가 함유된 알칼리성 유황온천수로 만성관절염, 신경통, 동맥경화증, 당뇨병, 만성기관지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

■ 찾아가는 방법
 ○ 대중교통 이용시
  : 동서울·강남터미널 - 영주 1일 26회 약 2시간 10분소요
 ○ 자가차량 이용시
  : 서울 중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풍기 I.C 약 1시간 50분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