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소득(올해 1분기 GDI) 27개월 만에 줄었다

회사원 이모(32)씨는 요즘 여자친구와 만나는 횟수를 줄이고 집에 머무르거나 회사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부쩍 잦아졌다. 기름값이 급등하면서 데이트 비용을 대기가 만만찮아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작년 11월만 해도 한 달에 28만원 정도면 충분하던 기름값이 요즘은 35만원을 훌쩍 넘어간다"며 "여자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박봉의 월급쟁이로선 어쩔 수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등 수입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됨에 따라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분기 대비 0.6%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8년 4분기 3.6% 감소한 이래 첫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1분기에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작년 1분기 대비 10.3%, LCD(액정표시장치) 가격은 12.2%씩 하락한 반면, 주 수입품인 원유는 21.1%, 비철금속은 14.7%씩 값이 뛰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교역조건 악화로 GDI가 감소했다는 것은 과거 100을 수출하면 100만큼 수입할 수 있었던 데 반해 지금은 수입가격이 높아져 100을 수출해도 80밖에 수입을 못한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국민들이 풍족한 생활을 못 하게 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국장은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고, 앞으로 기름값이 안정되면 GDI 감소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 전체 GDP(국내총생산)는 4.2% 성장했다. 수출이 작년보다 16.8% 증가한 덕분이다. 작년 4분기에 비해서도 GDP가 1.4% 증가해 증가 폭이 4개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승용차 등이 많이 팔리면서 민간 소비는 작년보다 3% 증가했다.

김 국장은 "1분기에 구제역(口蹄疫)·한파·일본 대지진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를 보여 선방했다"며 "현재로선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4.5%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설 탓에 골프장들이 지난 1~2월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 기간에 국내 '골프장 GDP'는 작년보다 7.5%나 급감했다. 골프장 영업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결과, 지난 1분기(1~3월)에 문화 및 오락 부문 GDP는 작년 4분기(10~12월)보다 4% 감소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도 계속됐다. 건설투자가 작년보다 11.9% 급감했고, 전분기 대비로도 6.7% 줄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1분기에 9% 감소한 이후, 직전분기 대비로 최저 수준이었다. 김 국장은 "지금은 (건설경기가) 곪아서 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PF(대형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대출)가 정리되고 정부 부문에서 건설예산 집행이 이뤄지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