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해 보시겠습니까? 주말매거진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 여행'을 새롭게 제안합니다.
길은 없다. 협곡이라 계곡이 길이다. 흰색과 회색 자갈이 골의 여백을 메우고, 미녀의 목선을 완성하는 보석의 빛깔을 가진 물살이 흐른다. 그저 흐르지 않고 유치원 아이들마냥 명랑한 소리를 내며 흐른다. 빛이 풍부하게 드는 골이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다. 걸어 들어갈수록 길이 없어 더 좋은 골임을 느낀다. 골짜기로 드는 것은 사람인데 열리기는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 낯선 곳에 온 긴장이나 두려움, 도시의 스트레스와 닫힌 마음이 걸을수록 스르르 열린다.
서쪽으로 트여 있는 골에는 볕이 잘 들어 농사가 잘되는 편이라 모든 집들이 자급자족했다. 예전에는 옥수수·콩·감자 같은 잡곡류를 많이 심었고 요즘은 더덕·황기 같은 약초를 많이 한다. 1983년에야 전기가 들어왔다. 외딴집에서 제일 무서운 건 멧돼지도 귀신도 아니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 밤에 사람이 지나갈 때.
부부의 후한 점심을 얻어먹고 마지막 집으로 향한다. 물이 세차게 흐르는 협곡을 돌아 넘자 예상치 못한 너른 밭이다. 골이 크게 도는 툭 튀어나온 땅 안쪽에 시골집이 있다. 덕산기마을에서 가장 젊은 홍성국(43)·서선화(42) 부부다. 3년 전에 들어온 부부는 '정선애인'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이것저것 일을 하는데도 나는 왜 돈을 못 벌까 고민했어요. 결론은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이었어요. 내가 적응하면 변하고 적응하면 또 변하고. 시대가 변하는 걸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리고 있었어요. 그걸 따라잡을 수 없으니 차라리 옛것을 붙잡고 있는 것이 희소성의 가치가 있겠다 결론을 내리고 이곳 오지를 미래산업으로 생각하고 키워가고 있어요."
아내인 서씨도 동의해 이들의 특이한 오지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예약을 받는데 예약을 위해선 조건이 있다. 술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박이라 하지 않고 게스트하우스를 고집하는 것도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개념이 아니라 오지에서 조용히 쉬다 가는 곳이 되길 원해서다. 그래서 여러 명 와서 놀다가는 이들보다는 솔로 여행객을 더 반기고 관계 맺음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손님은 거의 없다"고 한다. 잊을 만하면 한 팀씩 오는데, 그 사람들이 반갑다. 그림 그리는 사람, 글 쓰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 의사, 학생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이들의 즐거움이다. "불편함이 영업전략"이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독특한 게스트하우스가 덕산기계곡에 있다.
마지막 집에서 되돌아 나와 계곡을 떠난다. 계곡을 빠져나가는데 세어보니 물길을 25번이나 다시 건너야 했다. 사람들이 띄엄띄엄 사는 오지마을 덕산기가 다닥다닥 붙어사는 서울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찾아가는 길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홍성국씨의 게스트하우스인 ‘정선애인’에 예약하는 것이다. 고속버스로 정선에 도착하면 홍씨가 마중나온다. 숙박비는 개인당 1만원, 읍내에서 게스트하우스까지 태워주는 픽업비는 팀당 1만원이다. http://blog.naver.com/jshbanjang (033)563-6988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이나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제천에서 영월과 정선으로 이어진 38번 국도도 고속도로 수준으로 잘 나있어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차체를 높인 사륜구동 오프로드 차량이 아니면 자동차 수리비의 추억만 남는 곳이므로 차는 입구에 세워두고 걸어가야 한다. 입구에서 ‘정선애인’까지는 7.4㎞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협찬 : 블랙야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