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왕래 수십 차례… 5년의 결실 맺었다"

일본이 조선왕실의궤 등 1205권의 한국 도서를 반환하는 내용의 한·일도서협정이 28일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르면 다음 달 이 책들이 우리 땅으로 온다. 2006년 환수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5년 만의 결실. 특히 두 사람이 백방으로 뛰었다. 우리나라 혜문 스님, 그리고 일본의 가사이 아키라 의원이다.

◆환수운동 주도해온 혜문 스님

"미친놈 소리 들어가면서 5년 동안 뛰어다닌 보람이 있네요."

28일 서울 종로구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실에서 만난 혜문(38) 스님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 이후 최대의 문화재 반환이자, 2006년 조선왕조실록 환수에 이은 두 번째 성공"이라며 "이번 반환은 특히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고 있어 뜻깊다"고 했다.

혜문 스님은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출가했다. 일본 교토에 유학하던 그는 2004년 일본인 학자가 쓴 '청구사초(靑丘史草)'라는 책을 통해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에 소장돼 있음을 알게 되면서 문화재 환수운동에 뛰어들었다. 2006년 3월 조선왕조실록환수위원회를 구성해 그해 7월 실록을 돌려받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그해 9월 궁내청 조선왕실의궤를 돌려받기 위한 위원회를 결성, 수십 차례 일본을 왕래한 끝에 반환을 성사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음 달 21~22일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도쿄를 방문할 때 상징적으로 의궤 한 권을 직접 받아서 가져오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이어 "의궤 반환이 끝나는 대로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고종의 투구와 복식의 환수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日 의원 설득해온 아키라 의원

“이번에 반환되는 것은 총독부가 반출한 도서인 것으로 일본 정부가 확인한 것만 대상입니다. 일본 정부가 (총독부 반출 도서인지를) 더 확인한다면 당연히 더 돌려줘야 합니다.”

가사이 아키라(笠井亮·58) 공산당 소속 중의원은 2007년부터 일본 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수차례 방한해 명성황후 시해 현장까지 둘러봤고 2007년 궁내성에 보관된 조선왕실의궤를 직접 조사했다. “그때 본 조선왕실의궤에 총독부가 일본으로 반출한다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고 했다.

조선왕실의궤가 반출된 것은 1922년. 일본공산당이 창립된 해다. 그는 “제국주의 전쟁과 식민지배에 반대해 결성된 우리 당이 의궤 반환의 주역이 되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또 “불법 반출문화재의 반환을 요구한 UNESCO조약의 정신처럼 한국 문화재는 한국에 있어야 가치가 더욱 빛난다”고 했다. 협정에서 제외된 민간문화재에 대해선 “자발적 반환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은 문화·경제적으로 가족 같은 존재”라며 “침략과 식민지 문제에 대해 일본이 반성해야 새로운 관계를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도쿄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참의원을 거쳐 현재 ‘야당 외교’를 주도하는 재선의 중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