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샐만한 나의 정보 콱 틀어막아 잠그자

2년 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인 1명과 러시아인 2명으로 구성된 전문 해킹단은 고도의 해킹 기법으로 유명 유통회사 5곳의 보안망을 뚫고 무려 1억3000만개에 달하는 개인 신용카드 정보를 빼돌렸다. 해커들은 빼돌린 정보를 라트비아,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 외국의 컴퓨터 서버에 보관하면서 정보 브로커와 사채업자 등에게 팔아넘기려 했다. 해커들은 수사당국에 체포됐으나, 미국인들은 한동안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금융정보의 유출이 국내외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고객정보 43만여건을 해킹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거대 전자회사 소니(SONY)가 무너졌다. 소니는 지난 27일 "해킹으로 세계 7700만여명의 개인정보와 신용카드 정보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출된 정보가 정보 브로커의 손에 넘어가면 금융사기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소중한 내 정보,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까. 머니섹션M과 함께 개인정보를 관리하기 위한 '원데이 정보 클린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자.

①정보가 샜는지 확인하기

우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이나 카드 발급, 신용정보 조회가 일어났는지 여부부터 확인하자. 금융정보 유출로 금융사기가 일어났는지 여부는 은행연합회의 본인신용정보 서비스(크레딧포유· www.credit4u.or.kr) 사이트에서 대부분 찾아낼 수 있다. 신용정보 조회를 비롯해 예금 개설, 대출, 카드 발급, 현금서비스, 채무보증 내역까지 체크된다.

은행연합회 한인종 전산부장은 "은행연합회는 전 금융회사의 신용정보 기록이 가장 빨리 모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범용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의 명의정보 유출을 확인해 보자. 인터넷진흥원 주민등록번호 클린 센터(clean.kisa.or.kr)는 개인 신용평가회사와 함께 국내 2만여곳의 인터넷 사이트의 주민번호 이용 내역을 검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주민번호 입력 날짜와 사이트명, 이용 목적(회원가입·정보변경 등)도 함께 알려주기 때문에 이전의 기억과 비교하다 보면 직접 가입하지 않은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 휴대전화·신용카드·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본인 확인 절차만 거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②정보 새는 '구멍' 막기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 개인정보가 장기간 노출된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인터넷 검색 과정에서 동창회 명부나 부서 직원 연락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다음(Daum)은 고객센터(cs.daum.net) 내의 '권리침해센터'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다음측은 "회원의 이름, 상호,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와 사진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게재돼 사생활 침해가 우려될 때는 즉시 삭제 조치한다"고 밝혔다. 네이버(NAVER)도 고객센터를 통해 이 같은 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필요 없는 사이트는 회원 탈퇴하자. 만약 특정 홈페이지에서 탈퇴 신청을 거부당하면 방송통신위원회·인터넷진흥원의 개인정보보호 포털 신고센터(www.i-privacy.kr·국번없이 118)에 신고하면 된다. 확인 과정을 거쳐 탈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③'정보 문지기' 세우기

개인정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문지기'를 세우는 방법도 있다. 개인 신용정보회사에서 시행 중인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다. KCB(코리아크레딧뷰로)는 개인신용정보 조회를 원천 차단하는 '금융명의보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 대출이 불가능하도록 일종의 '락(lock·잠금장치)'을 걸어놓는 것이다. 대출을 받거나 카드를 발급받을 때는 락을 해지했다가 다시 걸어놓는 방식이다. 1300여개 금융회사 중에서 락을 거는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NICE신용평가정보는 인터넷상에서 실명확인과 본인인증을 차단하는 '명의도용 차단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주민등록번호에 봉인을 걸어놓았다가 실명확인·본인인증이 시도되면 즉각 문자와 이메일로 고객에게 알려준다. 월 1000~2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아이핀(i-PIN)을 사용해 본인인증을 하면 명의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

④미리미리 예방하기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영문과 숫자를 포함한 복잡한 조합으로 바꾸는 것은 기본. 금융거래 비밀번호도 금융회사별로 다르게 설정해 놓는 게 좋다. 스마트폰이나 이메일에 금융정보를 보관하고 있다면 삭제하자.

인터넷 이벤트에 응모할 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주소와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는 경우가 많다. 믿을 수 있을 만큼 큰 회사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이런 이벤트에는 응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3~6개월마다 한 번씩은 은행연합회 사이트에 들러 금융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쓰지 않는 카드를 미리미리 정리해두면 혹시라도 있을 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