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한끼로 이어진 '마라톤 우정'

"우리가 어려울 때 멀리서 찾아와 도와준 친구를 절대 잊지 맙시다."

일본 센다이(仙臺)시 교외의 이쿠에이(育英)고등학교 다카조(多賀城) 캠퍼스. 27일 코오롱 사회봉사단 15명이 점심을 준비하는 가운데 가토 다케히코(加藤雄彦·53) 교장은 학생들에게 "많은 일본 사람이 우리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걱정하지만 직접 찾아와 음식까지 만들어주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이어 "오늘을 절대 잊지 말자. 다른 나라 국민이 고통받을 때 우리도 무엇을 할지 고민하자"고 했다.

육상부·야구부·유도부·축구부 등 300여명 학생은 850인분의 고기와 김치, 밥을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준비한 체육복 500벌도 전달했다. 해안에서 3㎞ 떨어진 이 학교는 쓰나미로 주변이 물바다가 됐다. 집이 심하게 망가진 학생 100여명은 한동안 학교에서 피난생활을 했다.

요즘도 피난소에서 지내는 이시모리 케이스케(石林圭莊·16)군은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빠졌는데 모처럼 많이 먹고 다시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하겠다"고 했다. 집은 물론 아버지 직장마저 떠내려간 고노이 다카야(五井貴也·17)군도 "한국인의 도움이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오롱은 이 학교와 1994년 인연을 맺었다. 매년 경주에서 조선일보와 공동주최하는 고교구간 마라톤대회에 국내 고교팀의 경쟁심을 북돋으려고 일본 최강팀인 이쿠에이 팀을 초청한 것. 이후 2000년과 2004년에도 참가했고, 이들이 세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3·11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을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던 코오롱 사회봉사단은 이쿠에이고가 떠올랐다. 김승일 마라톤팀 단장은 "이쿠에이 육상부는 대회전 식이요법, 여자선수의 페이스 조절 같은 여러 노하우도 전수해줬었다"고 했다. 김 단장이 이달 초 이쿠에이를 찾아가 그룹 직원들이 모금한 1억4000만원과 의류 1000벌, 그리고 사원들이 직접 만든 노래 동영상 '친구야 같이 뛰자'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추가로 도와줄 것 없겠냐고 묻자 가토 교장이 쓰나미로 연습할 곳을 잃은 육상부 학생들을 위한 바비큐파티를 요청한 것.

이번에 코오롱은 내년 3월 열리는 고교구간 마라톤대회 초청장도 전달했다. 지난달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배문고 선수들의 '힘내라 이쿠에이. 내년에는 함께 달려보자'는 영상메시지도 건넸다. 육상부 하토리 하즈마(服部彈馬·17)군은 "열심히 연습해 내년에 꼭 배문고와 실력을 겨루고 싶다"고 했다. 봉사단이 학교를 떠날 때 여자축구부 선수들이 몰려와 외쳤다. "고맙습니다. 우린 잊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