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떠나는 '우주여행'

부모들이 뽑은 '자신의 아이가 가장 닮길 바라는 명사' 1위, 대학생들의 '가장 닮고 싶은 명사' 1위인 안철수 박사(서울대 교수)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얼굴이 아니고 경상도 억양이 약간 섞인 소박한 그의 목소리다.

안 교수의 '영화 데뷔작'은 어린이날인 5일 개봉하는 아이맥스 영화 '허블 3D'. 그는 이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허블 3D 미국판에선 할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같은 역할을 했다. 안 교수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디카프리오가 전문 성우가 아니니까 (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감정이 풍부하게 실린 그의 목소리를 듣고선 기가 죽었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에 열중한 나머지 책도 안 보고 과학에도 흥미를 갖지 않는 청소년들의 관심을 (과학으로) 돌리고 싶었다"면서 "직장인들에게도 바쁜 일상 중에 다른 곳을 쳐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수입·배급사인 CJ E&M측의 부탁을 받고 영화를 시사(試寫)한 뒤에 "영화가 마음에 들어" 승낙했다고 한다. 약간 어눌하긴 하지만 안 교수의 따뜻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는 장엄한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허블 3D'는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감동적인 스토리나 명배우 하나 없이 관객을 압도한다. 아이맥스사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공동제작. 영화의 제목인 '허블'은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주축이 돼 개발한 최첨단의 우주망원경 이름이다. 1990년부터 지구 상공 610㎞ 궤도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은하의 속도-거리의 법칙을 밝혀낸 천문학자 허블의 이름을 따왔다.

2009년 5월 허블 망원경의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위해 7명의 우주비행사가 아틀란티스호에 올랐다. 이 우주왕복선에는 370㎏짜리 아이맥스 3D 카메라가 함께 실렸고 우주비행사들이 카메라를 직접 조작했다. 비행사들의 활동 장면과 그동안 우주 한복판을 탐험해 온 허블 망원경의 모습 등을 9일에 걸쳐 담았다.

허블 망원경과 이를 고치는 우주비행사,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지구의 모습을 IMX-3D화면으로 보고 있자면 모든 화면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백미(白眉)는 허블이 찍어온 우주의 모습이다. 새까만 우주를 배경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지구나, 온몸을 발갛게 불사르며 죽어가는 별 등 온갖 별들이 어두컴컴한 극장 속으로 쏟아질 것 같다.

아틀란티스에 탑승, 이 영화를 직접 찍었던 우주비행사들은 "우주에 직접 가는 걸 제외하면 '허블 3D'야말로 우주를 경험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전체관람가. 전국의 CGV IMAX관에서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