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 여는 명품 브랜드 "명품 전시 기대하라"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미술 전시회를 열며 '아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명품 인테리어 브랜드 '베르사체 홈'은 동양화가 석철주(61)와 손을 잡았다. 석철주는 19일까지 베르사체 홈 아트 갤러리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틀리에 아키 인 베르사체 홈에서 개인전을 연다. 베르사체 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아트 마케팅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신사동 베르사체 홈 매장. 1층의 미팅룸에 화가 석철주의 작품 '신(新)몽유도원도'가 걸려 있다.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석철주는 캔버스에 군청색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흰 물감을 덧칠했다. 물감이 마르면 물을 흠뻑 묻힌 붓으로 물감을 지워 나가며 산·구름 등의 형태를 표현한다.

이 건물 지하 1층의 베르사체 홈 홍보관에도 '자연의 기억', '달항아리' 등 석철주의 작품 7점이 걸려 있다. 침대, 소파, 코너에 놓인 의자 등과 잘 어울리도록 배치됐다. 고객들이 가구뿐 아니라 그림까지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건물 지하 2층 갤러리 '아틀리에 아키'에는 그림 20점을 걸어 본격적인 전시회를 마련했다. 석철주는 "내 그림이 생활공간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그림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는 2008년 에르메스 재단을 발족한 후 본격적으로 미술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2000)은 한국 작가를 지원 중이며, 2006년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전시공간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열었다. 현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영국 영상 작가 아이작 줄리언의 개인전 '텐 사우전드 웨이브(Ten Thousand Waves)'가 열리고 있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꼼데가르송은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전시장 '한남 식스'를 오픈했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개인전, 일본 현대작가 다쓰오 미야지마 개인전 등을 열었다. 이 밖에 루이뷔통 코리아도 지난 3월 화가 김혜련씨와 고객의 만남을 주선해 '아트 토크'를 열었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씨는 "명품 브랜드의 아트 마케팅은 잘 운영될 경우 국제적이고 수준 높은 전시를 국내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브랜드의 후광에만 기대 형편없는 전시를 하면서 홍보만 한다면 오히려 독(毒)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철주 개인전, 19일까지 아틀리에 아키 인 베르사체 홈, 070-4022-7710

▶아이작 줄리언 '텐 사우전드 웨이브'전, 7월 17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아뜰리에 에르메스, (02) 544-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