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어지러운 싸움

〈제2보〉(23~36)=한국기원 '연구생'제도는 이를테면 '프로기사 사관학교'에 해당한다. 장래가 촉망되는 영재들은 이 제도를 통해 속속 프로 세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18세를 넘겨 연구생에서 추방된 영재들은 '보급용'으로 변신하거나 혼자 공부해 일반인 자격으로 프로의 문을 노크해야 했다. 현역 연구생과 몇 살 위 '퇴출 연구생'그룹 간의 승부는 항상 주목의 대상이었다. 이 바둑은 연구생 서열 4위 위태웅(18)과 아마 랭킹 28위인 최광호(20)가 맞붙은 한 판이다.

백이 △로 먼저 '선전포고'한 장면. 하지만 26은 문제수로 이후 고전의 원인이 됐다. 참고도처럼 위쪽에 붙여 넘는 게 좋았으리란 것. 26에 흑은 27 쪽에서 강력하게 젖혀간다. 얼핏 보면 33으로 2선에서 구구도생한 흑이 불만스러울 것 같지만 외곽 백에게도 약점이 많이 눈에 뜨이기 때문.

백도 우선 34 자리부터 이어야 한다. 35에 백은 36으로 끼워 우변 흑의 중앙 진출 차단에 나선다. 백이 '가'에 두어 흑 '나'와 교환하지 않은 것은 경우에 따라 '나'로 빠져 흑의 삶을 추궁하겠다는 뜻. 또 '다'의 단점도 신경쓰인다. 1국 때에 이어 이 바둑서도 어지러운 몸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우중앙의 전화(戰火)가 삽시간에 중원으로 옮아붙을 기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