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빈 라덴 효과'

지난 2001년 9·11 동시 다발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에 국내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이 크게 들썩였다. 사망 소식 직후 유가가 내리자 항공·해운주는 급등세를 보였고 여행주에도 화색이 돌았다.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 업종은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원화 가치 하락) 전망에 힘입어 올랐다. 건설주는 정부 대책이 부동산 시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중동 리스크 완화까지 겹치면서 급등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6.60포인트(1.67%) 오른 2228.96의 사상 최고치에 거래를 마쳤다.

◆빈 라덴 사망 소식에 유가 하락·달러 반등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유가는 하락했고 미 달러화 가치는 반등했다. 토러스 투자증권의 김양택 애널리스트는 "테러리즘의 상징이던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주요 산유국인 중동 등에서 테러가 줄어들고, 이것이 원활한 석유 공급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미국 경제도 테러 위협에서 벗어나리라는 전망에 미 달러화 가치가 올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가 하락에 힘입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항공·해운업 기업들이 포함된 운수·창고 지수는 3.51%나 올랐다. 특히 유가 강세로 약세를 면치 못하던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6.56% 오른 6만9800원, 아시아나항공은 11.46% 오른 1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해운의 주가도 7.9%나 올랐다. 국제 테러가 줄어들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고, 그 영향으로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주가도 6.73%, 9.21% 올랐다. 이 외에도 달러 가치 상승(원화 가치 하락) 전망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수출주들이 포함된 전기전자 업종지수도 3.32% 상승했고, 삼성전자 주가는 4.37% 올랐다.

다만 상승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BoA 메릴린치증권은 빈 라덴의 사망으로 인한 유가 하락과 달러가치 반등이 앞으로 항공업종·전기전자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위원은 "항공·여행주 상승이 절대적으로 빈 라덴 사망의 영향 때문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최근 조정에 따른 반등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부동산 시장 살아날까… 건설주 급등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건설업종지수는 2.63%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상승률(1.67%)을 웃돌았다. 테러 위험에서 벗어난 중동에서 건설사들의 해외수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게다가 1일 정부가 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자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금난 우려로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중소형 건설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남광토건은 상한가인 1820원에 거래를 마쳤고, 두산건설은 8.4% 오른 5550원, 벽산건설은 6.72% 오른 1430원, 풍림산업은 4.78% 오른 1755원을 기록했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이 11.6%나 올랐고 삼성물산도 5.16%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