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서울人] "우물 디딤돌만 남은 역사의 현장… 아소정(대원군 별장·我笑亭) 복원이 마지막 숙원 사업"

박 청장은 "마포는 교통이 일찍부터 발달, 한국과 외래문화가 서로 마주치고 어우러지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는 노랫말처럼 서양 문물 상징이었던 전차 종점이었고 중국인이 많이 살았다 해서 붙여진 '당인동(唐人洞)'이 있다.

병인양요와 병인박해로 동서양 문물이 부딪힌 상처를 남긴 절두산(切頭山) 잠두봉(蠶頭峯) 천주교 성지, 언더우드·베델·헐버트 등 한국을 위해 나섰던 외국인이 잠든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등도 마포에 있다.

박 청장은 지난 민선 3기 재임 시절, 이 일대를 대폭 정비해 양화진 역사공원을 만들어 역사적 의미를 되살렸다. 이전에는 청소년 비행(非行) 단골 장소이거나 쓰레기 투기장에 머물렀으나 지금은 어엿한 관광객 답사 코스로 자리 잡았다.

그가 바라는 마지막 숙원 사업은 '아소정(我笑亭)' 복원이다. 대원군 별장이던 '아소정'은 지금 마포구 염리동 동도중·고교 자리에 있었다. 명성황후에 밀려 은둔생활을 시작한 대원군이 생(生)이 덧없음을 뒤돌아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처럼 조선 말기 굴곡 많은 역사를 담은 99칸 대저택이었다. 박 청장은 "어렸을 때 아소정에 들어가 마당을 뛰놀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6·25전쟁 이후 어수선하던 1953년 아소정 자리는 학교 부지로 되면서 헐렸고 일부가 서대문구 봉원사로 옮겨져 불당으로 쓰이고 있다. 지금 학교 운동장 한구석에 남아있는 우물 디딤돌만이 아소정 흔적의 전부다. 박 청장은 "역사적 가치가 큰 유적이 도대체 어떤 절차를 통해 허무하게 사라졌는지 수수께끼"라며 "지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당시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동도중고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옛 아소정 모습을 재현(再現)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 등 관계 기관들에 꾸준히 협조를 구하고 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조에도 애를 쓰고 있다. 민선 3기 때부터 강조한 '책읽기 운동'은 서서히 직원들 몸속에 유전자처럼 새겨지고 있다.

'한해 읽어야 할 필독도서 100선' 발굴, 구청 내에 '책나눔의 공간' 마련, 직원들끼리 책을 돌려보는 '북크로싱 운동(Book Crossing)'을 펼쳤다. 연말 각 부서 업무 실적을 평가할 때 직원들 독서참여노력도(독후감 제출실적, 독서토론회 운영 등)를 파악해 반영하기도 한다.

4기 때 고배(苦杯)를 마시고 절치부심, 지난해 선거에서 5기 구청장으로 다시 돌아온 그는 양화진공원을 중심으로 마포 역사·문화·레저를 한곳에 녹인 '마포 U-벨트(U자형 지구)'를 구상하고 있다. 상암DMC, 서울월드컵경기장, 월드컵 공원, 잠두봉, 양화진공원, 홍대 문화공간 등을 묶어 관광상품화한다는 것이다.

홍대입구역 청기와주유소 자리에 호텔을 짓고 ㈜애경과 진행 중인 홍대입구역 복합 역사를 세우는 것은 이 같은 'U-벨트' 구축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이란 의미가 있다. 박 청장은 "과거와 현대가 문화 속에 하나로 섞이면서 새롭게 빛을 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 광고문의·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