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돕자" 유명인사들 물건이 모였다

패션계에서 '이광희'라는 브랜드는 오랫동안 '영부인들이 입는 옷' 또는 '상위 0.1%를 위한 옷'과 동의어로 불렸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비롯해 역대 영부인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 등 정·재계 내로라하는 '마님'들이 이광희 디자이너의 옷을 입기 때문이다.

화려함과 풍요로움 속에서 우아하게 살 것만 같은 그녀였건만,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내전(內戰)으로 황폐화된 아프리카 수단으로 향해 있었다. 2009년 호기심으로 찾았던 그곳이 이제는 그녀와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무대'가 됐다. 그녀는 매년 수단 톤즈를 오가며 자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3일 서울 남산 '이광희 부띠끄'에서 아프리카 어린이를 돕기 위한 자선바자회를 연 그녀를 만났다. "뼈만 남은 채 도리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그곳 아이들의 눈망울이 잊히지 않는 거예요. 그곳에서 망고나무가 아이들의 영양분 겸 쉼터가 된다는 걸 알게 돼 팔을 걷어붙였죠." 2009년 그녀는 한 그루 3만원인 묘목을 100그루 살 수 있는 돈을 즉석에서 기증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1만5000그루를 살 수 있는 기부금을 모아 보냈다. 척박한 땅에도 100년이나 열매를 맺는 망고나무를 기려, 사단법인 '희망의 망고나무'도 발족시켰다.

이날 바자에 김윤옥 여사는 G20 행사 때 입었던 보라색 투피스와 청와대 그릇 등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고가의 샴페인인 아르망 드 브리냑을 기증품으로 내놓았다. 또 차범근 축구 감독, 탤런트 김혜자씨, 배우 원빈씨 등 각계 인사들이 소장품을 기증했고, 더페이스샵 등 70여 기업도 물품을 협찬했다. 4일까지 열리는데, 첫날에만 2000명 넘게 자선행사에 찾아왔다.

그녀는 올 7월 수단 톤즈를 다시 방문해 열흘 정도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희망이 되는 나무를 심어 100년이 간다면, 그만큼 뿌듯한 일도 없잖아요. 우리의 금수강산처럼 아프리카에 망고강산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