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 [23] 여성 외모 가꾸기 관심 급증… 파리 '얼골 경기회'도 소개

'모던'한 생활양식들이 이 땅에 물밀듯 밀려들던 1920년대엔 외모를 가꾸는 일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당시 조선일보 지면에도 '미남미녀'에 관한 논의들이 늘어나는데, 그중에서도 '여성미'에 관한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남성보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관한 기준이 특히 급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외모를 옷자락에 다소곳이 감추는 게 미덕이 아니라 당당하게 내세우는 게 시대의 유행이 됐다.

조선일보에는 여성 독자들이 '모던'한 외모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를 알려주는 기사가 잦아진다. '가정·부인'면에 2일간 톱으로 연재된 '얼굴의 미(美)보다/ 체격의 미를 발휘하라'(1926년 8월 29·30일자)는 기사는 "얼굴만 곱게 다듬으면 미인 되는 것은 시대착오"라며 운동을 하여 건강미를 발휘하라고 조언했다. 1931년 1월 9일자에서도 "미인의 표준은 조각적이어야" 한다며 "얼굴만 어여뻐도 못쓴다"고 썼다.

미국 의학협회가 살찐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권고했다는 소식은 '근대 미인은 몸이 말라야 돼'(1932년 12월 19일자)라는 제목의 박스 기사로 눈에 띄게 편집했다. '말라야 미인'이라는 주장이 당시로선 새롭고 생소했다는 느낌이 기사에 묻어 있다.

서양사람처럼 꾸미는 여성 화장이 유행하자 일각에서는 반감도 있었던 듯, 비판론도 고개 들었다. 1925년 3월 29일자 조선일보는 눈 크고 코 높게 보이려는 화장법이 너무 심하다며 "뱁새가 황새를 따르다가는 다리가 찢어지기 쉬움이지요"라고 꼬집었다. 미국 남자들이 '입이 큰 여성'을 매력 있게 여긴다는 조사결과를 전하면서는 "상스런 양키들은 미인을 골라도 상스런 미인만을 고르는 것이나 아닐까요?"라고 토를 달았다.(1934년 12월 20일자)

여성미에 대한 시대의 관심을 반영한 기사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외국 미인대회 보도다. 본지 지면에서 최초로 발견되는 서양 미인대회 기사는 1925년 10월 25일자 미스 아메리카 선발 기사다. 1920년부터 열리고 있던 대회를 6년째에 처음 보도했다. 이런 대회가 무척 생소했던 듯, 대회 이름을 '1925년 미국 미인 공진회(共進會)'라고 번역했다. 1925년의 미스 파리 선출을 보도할 땐 "파리 얼골경기회에서 당선된 미인들이랍니다"(1925년 11월 23일자)라고 사진설명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