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매뉴얼의 虛實

〈제4보〉(59~72)=바둑에도 이른바 '매뉴얼'이 있다. "두 점 머리는 두들겨라" "빈삼각은 두지 마라" "좌우 동형이면 중앙에 수 있다…"는 식의 바둑 격언들이다. 기리(棋理)를 바탕으로 한 요령을 모은 것이어서 아마추어들에겐 큰 지침이 된다. 그중엔 "안 되는 축(逐)은 한 번 몰 때마다 30집 손해"라는 것도 있다.

백△는 요석(要石). '가'의 축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흑은 '교과서'대로 59로 뻗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답이었다니 바둑이란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가. 참고1도를 보자. 일단 4까지 몰아놓고 5로 들여다보는 수가 기막히다. 결국 상변서 소규모 투자로 우변 백 대마를 포획하는 셈이니 '사소취대(捨小取大)'란 또 다른 격언에 부합한다. 축이 아니지만 백은 2로 A에 두고 흑이 2로 빵 때릴 곳.

한숨 돌리긴 했으나 백의 행군은 여전히 고달프다. 63으로 65에 서둘러 끊는 것은 욕심. 참고2도 12까지 백이 흑 꼬리 2점을 잡고 모두 연결해 간다. 이때 흑에서도 67이란 문제수가 터졌다. 튼튼하게 '나'로 쌍립 서고 백67 때 '다'로 정비할 장면. 중앙 흑이 약화돼 71로 보강하자 선수를 잡은 백이 72의 급소 일격으로 반격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