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도 베팅할 수 있어
서울 강남의 자산가 김모(55)씨는 이달 초 30% 수익이 난 자문형 랩(개인별 맞춤계좌)을 해약한 뒤 헤지펀드에 2억원을 묻었다. 김씨가 헤지펀드에 발을 담근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헤지펀드는 주가가 심하게 출렁거려도 일정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고 해서 매력을 느꼈다"며 "혹시 모를 하락장을 방어하기 위해 선택해봤다"고 말했다.
돈 냄새 잘 맡는 큰손들의 시선이 자문형 랩에서 헤지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헤지펀드란 소수 투자자에게서 사모(私募) 형태로 돈을 모은 후에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해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상품을 말한다. 자문형 랩은 대부분 주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상승장에선 유리하지만 하락장에선 제대로 힘을 내지 못한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절대수익을 목표로 다양한 투자기법을 구사해서 하락장에서도 베팅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현재 국내 헤지펀드 관련 규정상 개인 투자자는 해외 헤지펀드에 직접 가입할 순 없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출시하는 헤지펀드 상품은 국내 운용사를 통해 해외에 있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형태가 많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헤지펀드를 처음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총 판매액이 780억원에 달한다고 3일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달에만 245억원어치 헤지펀드를 팔았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리는 "자문형 랩이나 주식을 불안하게 여기는 큰손 고객들이 틈새 상품으로 헤지펀드를 선택한다"면서 "예금 금리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으면서 기업어음(CP)보다는 안전한 투자처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약 935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용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3월 출시한 '글로벌 오퍼튜니티펀드'는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상품인데, 지금까지 약 4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정진균 삼성증권 팀장은 "헤지펀드의 하락 방어적 특성을 활용한다면 자산을 안정적으로 증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상승장에선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하락장에선 헤지펀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주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사모형 재간접 헤지펀드는 최저 가입액이 5000만~1억원 정도여서 돈 많은 고객을 상대로 한다. 보수도 연 2% 수준이어서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보다 비싸다. 환매할 때도 다소 시간이 걸리고 제한이 따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