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나이 23세… 혈기왕성 현악 4중주

클래식을 좀 듣는다는 사람도 현악 4중주는 어려워한다. 악기 하나가 돋보이며 귀에 익은 멜로디를 연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주자가 작품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기도 쉽지 않다. 현악기 4대가 반주 악기의 도움 없이 스스로 노래하며 균형을 이뤄야 하고, 다른 어떤 장르보다 원숙한 표현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악 4중주는 도전하는 젊은 연주자가 많지 않다.

'노부스 콰르텟(Novus Quartet)'은 바로 이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연주단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현악 연주자 김재영(제1바이올린·26), 김영욱(제2바이올린·22), 문웅휘(첼로·23) 등 4명은 2007년 4월 이 앙상블을 결성했다. 독일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재학 중인 이승원(비올라·21)은 2009년 여름 합류했다. 평균 나이 23세, 활동을 시작한 지 4년이다. '노부스'는 '새롭고 신선하다'는 뜻의 라틴어. "라틴어 사전을 뒤져서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을 골라 붙인 것"이다.

오는 12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걸고 네 번째 정기 연주회를 연다. 모차르트 현악 4중주 14번 '봄', 베토벤 현악 4중주 11번 '세리오소', 멘델스존 현악 8중주를 선보인다. 김재영이 말했다. "클래식의 본질을 품고 있는 초기 고전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하고 싶은 곡들은 그때그때 달라요. 때맞춰 음악 색을 바꾸는 것, 그게 저희 매력이기도 해요. 젊으니까, 두려움 없이 부딪힐 수 있거든요."

젊은 연주자들이 까다롭다는 4중주에 덥석 뛰어든 건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곡들이 많고, 현악기 4대가 한데 어울려 음역대도 풍성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사카 국제 실내악 콩쿠르(2008년)와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2009년)에서 입상(3위)도 했다. 한국인 연주단체가 외국 콩쿠르에서 입상한 건 처음. "좋아서 입이 찢어졌어요. 물론 8곡이나 준비하느라 죽는 줄 알았지만요."(김재영) "대회에 나가 보고 알았어요, 우리는 사이가 정말 좋다는 걸. 다른 팀들은 무대에 입고 나갈 의상부터 시작해 온갖 사소한 것들로 다투느라 시끄러웠어요."(이승원) 연습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면 군말 없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 연습한다. "억지로 8시간 하는 것보다 상쾌하게 3시간 연습하는 게 결과가 더 좋아서"(김영욱)이다.

팀으로서도 빛나지만 이들은 혼자일 때도 반짝이는 '떠오르는 별'이다. 멤버 모두 국내외 유명 콩쿠르를 휩쓸며 주목을 받고 있다. 독주자로서 날아오를 순간도 늘 꿈꾼다. 하지만 4중주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진짜 연주자는 남의 소리를 듣는 데서 시작해요. 아무리 독주를 잘해도 4중주를 못하면 같은 음악인들 사이에서 '귀가 없다'고 무시당하죠."(김재영)

이들은 "아직은 '젊음'밖에 내세울 게 없지만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 다양한 결을 내고 싶다"며 "실력으로 인정받는 노부스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공연장에서 4중주를 재밌게 감상하는 법! "연주자들 간 호흡을 유심히 보세요. 하모니를 깨지 않기 위해 서로 줄타기하는 모습에서 진심과 열정이 느껴질 거예요."(문웅휘)

▶THE Classic=12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02)6372-3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