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 암투병 3년 만에 입 열다] 외손녀가 그려준 조약돌… 내 소중한 '큰 바위 얼굴'

작가가 인터뷰 내내 만지작거리던 조약돌이 있다. 아이 주먹만 한 조약돌을 그는 '내 큰바위 얼굴'이라 불렀다. 조약돌에는 수줍게 웃는 눈과 코와 입이 그려져 있다. 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열한 살 외손녀가 그려준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아플 때마다 이 조약돌을 봤다"면서 "아, 이렇게 웃을 수 있다면…"이라고 탄식했다. 작가는 "신문이나 방송기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지식인이나 정치가나 학자처럼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면서 "정말 아름다운 사람은 시골에 있는 촌로(村老)들인 것 같다"고 했다.

"촌로. 그런 사람들처럼 살고 죽으면 안 될까. 말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어떻게 사셨습니까' 물으면, 옆에 있는 쭈그렁 남편 보면서, '이 양반 믿고 살았지' 그런 분들. 저 조약돌의 미소와 그분들의 미소가 닮아 있어."

아프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삶이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 물었다. 그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말이야. 모든 것이 축복이야. 아름다움이다 이거야. 왜 절망하고 죽냐 이거야. 왜 우울증에 걸려. 무슨 욕심이 많아서. 내가 처음에 그랬어. 기도했어. 나 좀 낫게 해주십쇼. 나 낫게 해주시면, 주님 위해 글 쓰겠습니다. 개똥도 아니야. 개똥도 아니야. 에고이스트의 기도야. 요즘 내 기도는 내가 아무것도 구하지 않는, 구하지 않기를 구하는 것이 기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