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효과 불확실한 전자담배 1년 새 23배 급증

올해 대학 1학년인 양모(19·서울 목동)군은 1년 넘게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끊지 못하자 부모가 "차라리 전자담배를 피우라"며 사다준 것.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담배와 달리 연소(燃燒)작용이 없기 때문에 특유의 담배 냄새가 없고 맛(flavor)도 캐러멜맛·바닐라맛·과일맛 등을 고를 수 있다.

양군은 "학생 신분으로 흡연하는 것을 감출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도 피우는 친구들이 몇몇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양군은 금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전자담배를 계속 피우면서 오히려 니코틴에 더 중독되고 있다. 그는 "하루에 얼마를 피우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전자담배 소비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자담배에 들어가는 니코틴 액상(液狀) 유통량이 2009년 70만mL에서 2010년 1600만mL로 1년 사이 23배 증가했다. 전자담배는 전량 중국 등에서 생산된 수입품이다.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 관계자는 "2010년 말 기준 전자담배 수입 판매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73곳으로 시장 규모는 32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만 전자담배는 전자기기, 니코틴 카트리지 등을 따로 들여오기 때문에 미신고 불법 수입업자들이 들여오는 물량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소비자가 조립해 피우는 시점부터 '담배'가 되기 때문에 수입·판매업자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담배에는 '죄악세(sin tax)'로 니코틴 1mL당 221원의 건강증진기금이 부과되고 이는 건강보험 보조, 금연사업 등에 활용된다.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354원꼴인데, 전자담배는 아직 관련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이런 부과금이 없다(4월 말 관련법 통과).

전자담배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타르와 일산화탄소가 없어 업체들은 '건강한 흡연'이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도 니코틴이 들어 있어 기재부가 '담배사업법'으로 관리하고 있는 담배류에 포함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모양은 전자담배와 비슷하지만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은 '전자식 흡연욕구저하제'를 금연보조제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제로스에어(제로스인터내셔널), 모닝플러스(이티에스생명과학), 니코그린(디에이치생명과학) 등 12종만 허가가 나 있다.

전자담배는 시중에서 10만~20만원 수준으로 팔리는데, 최근 담뱃값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반사(反射)효과를 얻고 있다. 지난 4월 말 외국계 담배회사에서 담뱃값을 인상했을 때 전자담배업체가 할인행사를 열었고, 당시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전자담배'가 오르기도 했다.

통상 궐련담배 한 갑 기준 니코틴 함량은 10㎎ 안팎('에쎄라이트' 9㎎)이며, 전자담배에 주입하는 니코틴 카트리지당(10~20mL) 니코틴 함량은 12~18㎎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부 최종희 금연정책TF팀장은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 표기에 통일된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이 얼마만큼 니코틴을 흡수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검사에 따르면 전자담배 5개 제품 가운데 4개 제품의 니코틴 함량이 표시된 수치보다 초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품은 니코틴 함량을 아예 표시하지 않거나'높음(high)' '낮음(low)' 식으로 불분명하게 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자담배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는 분명히 니코틴이 든 담배의 일종이라고 알리고 판매하지만, 소비자들이 궐련담배에 비해 유해물질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임의로 금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궐련담배에 비해서 목 아픔도 적고 구강 청결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