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建設과 파괴

〈제6보〉(90~104)=바둑의 기본 룰은 크게 ①집이 많은 쪽이 이긴다 ②둘러싸면 잡는다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영토 개념과 전투 개념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영토 확장에만 주력하다 아군이 잡히면 타격이 크다. 거꾸로 전투에만 신경 쓰다 집 부족에 허덕이기도 한다. 치열하게 맞붙어 싸우다 돌연 돌아서서 요충지에 말뚝을 박고, 그러다 다시 창을 쥐고 적진을 향해 달려가는 게임.

90, 92로 백은 만족으로 봤다. 그 후 우상귀 일대를 뜨겁게 달궜던 접전을 일단 끝내고 둘은 각자 진영 정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90은 미흡했다는 결론. 참고 1도 1 이하 14까지 훨씬 더 챙기고 15로 갈 수 있었다. 귀의 소득도 소득이지만 중앙의 두터움 면에서도 실전과는 차이가 커서 이랬으면 승패 불명이었다.

93으로 늘어 흑이 좀 앞서 가는 형세. 백은 94로 공격하는 척하며 96으로 좌상 일대 개간(開墾)에 주력한다. 99의 말뚝도 호처(好處). 참고 2도 1~9면 좌상귀는 살지만 10을 당해 소탐대실이다. 싸울 듯하다 물러서 집터를 닦고, 그러다간 또다시 달라붙어 죽기 살기로 싸운다. 파괴와 건설의 영원한 반복은 바둑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