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입니다" 54년 만에 밝혀진 死因

군 복무 중 군 당국의 잘못된 업무 처리로 '병사(病死)' 처리됐던 군인이 54년 만에 국방부의 재조사 결과 '순직' 판정을 받았다. 국방부는 6·25 전쟁 직후 비상 상황과 행정 미비로 인해 '병사'로 처리됐던 고(故) 김덕영(당시 29세·1953년 6월 29일 입대)씨의 사인(死因)을 재조사해 '순직'으로 바로잡았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제대를 40여 일 앞둔 1956년 11월 송정순(82)씨와 결혼했지만 제대 직전 사망했다. 군에선 군 복무와 관계없이 단순 질병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했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송씨는 홀로 아들과 시동생을 돌보며 54년을 살아왔다.

송씨는 그동안 남편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고자 부대와 관공서 등을 찾아다녀 봤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뒤늦게 한 친지로부터 국방부조사본부 사망사고 민원조사단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송씨는 지난 1월 조사본부를 찾았다.

민원을 접수한 조사단은 재조사에 착수, 수소문을 통해 주민 700여 명을 찾아내 180여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조사단은 공무수행과 질병기록·병상일지 등을 확인한 결과 고인이 복무 중 국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진 사실을 알아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상시 별다른 지병이 없던 고인이 복무 중 위 계통 질병이 발생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시 경황이 없다 보니 처리가 미숙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육군본부 전공사상자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김씨를 '순직'으로 최종 판정했고, 조사단장인 김지환 대령은 지난 4일 서울 수색동에 있는 송씨의 집을 찾아 순직 통보서를 직접 전달했다. 송씨는 "이제야 남편의 한을 풀게 돼 기쁘다"며 "하늘나라에서 떳떳하게 남편을 만나 못다 한 신혼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